남친과 저는 20대 후반이고
사귄지는 1년 좀 넘었습니다
최근에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남친에게 저도 긍정적으로 답변을 줬구요
그래서 집에 한번 놀러오라는 말에
알았다하고 어머님이 좋아하신다는 유기농
유기농 케이크와 홍시 한 봉지
홍삼 세트를 들고 갔어요
아버님은 안계셨고 어머님과 남친 그리고
5살 어린 여동생만 있었어요
어머님이 직접 요리를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데
음식에서 화장품 맛이 너무 나는 거예요
남친과 여동생을 보니 아무렇지 않게 먹고..
뭐라 말도 못하고 꾸역꾸역 먹는데 어머님이
쓰시는 화장품 냄새와 음식에서 나는
화장품 맛이 같다는걸 느꼈어요..
그리고 대망의 후식 타임
사과랑 홍시를 내오시는데
전 봤어요
어머님이 습관적으로 계속 손에 로션을 바르시는 걸..
그리고 그 손으로 재료 손질을 하고
손에 로션 바르자마자 과일을 씻으시네요
로션같은건 물로 대충 헹궈지는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로션 바르고 물에 손 넣으면 로션이
흘러내려서 이상한??끈적한 상태가 되잖아요
근데 그 상태로 과일을 씻으니
과일에도 당연히 로션맛이..
제가 깎겠다 하는데도
손님이니 가만히 있으라 하셔서ㅜㅜ
결국 과일도 어머니가 깎는데
손에 로션 허옇게 묻어난게 보였어요..
그 손으로 사과를 깎으니 사과에도 로션맛이 가득…
과일을 다 깎자 옷에 손을 대충 닦으시고
또 로션 바르심
로션을 자주 바르시네요~ 하자
손이 건조해서
매일 로션을 달고 산다고 하심
내가 예민한편이 아닌데도 화장품 맛이 진동했음
음식도 그렇고 과일도 그렇고
내가 어머니랑 결혼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신경이 쓰였습니다
어머니가 요리하는걸 굉장히 좋아하신다며
결혼하면 나보고
주말에 한번은 와서 요리를 먹어줬으면 좋겠다 하시네요
하지만 그래도 결혼하기 싫다는 생각까지는 안들었는데
더 큰 문제는
과일 먹으며 다같이 예능프로 티비를 보는데
여동생이 모 그룹이 나오는 프로를 보고싶다며
채널을 돌렸어요
그냥 난 귀여워서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남친이 리모컨을 뺏더니
그걸로 여동생 머리를 세게 내려치네요
빡! 소리가 날 정도로
근데 어머님은 아무말씀도 안하고 가만히 계시고
남친은 여동생한테
건방지게 오빠가 보고있는데 채널을 돌리냐? 죽을래?
내가 놀라서 왜 동생을 때리냐고 옆에서 말리자
동생 울면서 방에 들어고..
동생 방에 들어가자
손님이 왔는데 예의없게 뭐하는 짓이냐며
당장 나오라고 동생 방문 두들기네요
내가 따라가서 또 말리고..
겨우 진정되서 어머님이랑
남친이랑 셋이 거실에 앉았는데
이때 마음이 많이 식었어요
1년 넘게 만나면서 한번도 이런 모습 본적 없어요
장난으로라도 나한테 화낸적없고
술취해도 화낸적 없고
운전하다 누가 확 끼어들어도 순간적으로라도
욕하거나 화낸적 없는 사람이에요
엄청 다정하고 날 공주처럼 아껴주고 오냐오냐?? 해주는
사람인데 엄청 놀랐어요
어머님은 그와중에도 남친 눈치만 슬쩍보고
동생 왜 때리냐 그런 소리 한마디 안하시고….
남친이 집에 델다준다는거 됐다고 하고 집에 왔는데
되게 실망스럽고 혹시 나도 저렇게 때리는게 아닐까
싶어서 무섭기도 하네요
남친은 왜 기분 안좋은거 같냐고
자기동생이 예의없게 굴어서 그런거냐 하는데
이걸 어떻게 말해야할지
막막해서 마법의 날이라고 둘러대긴 했는데… ㅜㅜ
저 결혼.. 해도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