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버렸던 아빠가 용서해달라며 찾아온 이유

제목 그대로에요. 

10년전 이맘때 아빠한테 버려졌습니다.


고등학교를 올라가기 직전이였어요.
아빠가 제 존재 자체가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한다며 

자기 앞에서 사라져달라고 했어요.


이해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이해할 수 밖에 없었어요.


아빠가 정말 서럽게 울면서 말하신거니까요..


그리고 그맘때 저는 사춘기가 오면서 

이미 인생이 무의미하다 느꼈고 

매일같이 죽고싶다는 생각만 하고 살때라서
차라리 아빠랑 떨어져 사는게 낫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이모 집에서 군식구로 

눈칫밥 먹으면서 컸어요…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알바 시작했고 

야금 야금 모아서
그 돈으로 대학도 들어갔어요.


이때의 얘기를 하자면 

아마 하루종일 글을 써야할 거 

같아서 패스할게요.


아무튼 왜 아빠가 저를 싫어했냐 묻는다면
제가 엄마를 죽이고 태어난 

아이기 때문일거에요.

엄마는 원래 몸이 약하셔서 

임신이 힘들다고 병원에서 그랬었대요


근데 저를 임신 했고 

아빠는 아이를 지우길 바랬었다네요


엄마는 아이를 낳겠다고 했고… 

결국 제 얼굴 한번 보지 못한채
돌아가신거래요


당연히 외가쪽에선 이런 저를 싫어했겠죠? 

자기 딸을 죽이고 태어난 손녀가 

반가울리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전 태어나자마자 

친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하지만 제 기억에 할머니는 

다정했던 적이 없어요


할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저한테 저때문에 아빠가 재혼을 못하는 거라고 

무서운년이라고 손가락질 하셨구요…


아빠는 제가 중학교 올라갈 때까지는 

집에 잘 안계셨던거 같아요


저를 보는거 자체를 싫어하셨으니까요.


한번은 할머니가 그러더라구요. 

저보고 엄마를 끔찍하고 무서울 정도로 

빼닮았다고, 그래서 아빠가 마음을 잡지 못하고
아직도 엄마를 잊지 못하는거라고 하셨어요.


얼굴도 모르는 엄마가 너무 보고싶더라구요. 

그집에 살면서
한번도 마음 편하게 잤던적 없어요. 

잠 뿐만 아니라 그냥
마음 편하게 행동하고 있어본적 자체가 없었죠…


그러다가 중학생때 학교에서 

심리검사?같은걸 했었는데


거기서 제가 자살 고위험군으로 나왔고 

학교내에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저는 선생님을 믿고 제 마음과 

지금 가정상황을 말해드린건데.. 

선생님이 아빠한테 전화해서
제가 자살고위험군이니 

집에서 신경써 달라고 

전화로 다 얘기 하셨더라구요.


그때 선생님과 크게 싸우고 

반에서도 겉돌고..

학교 가기 싫다고

방에 박혀있는 저를 보더니 아빠가 

제발 자기 눈앞에서
사라져달라고 울더라구요.


저도 사라지고 싶었어요. 

제 자리는 아무데도 없으니까 

저도 정말 죽고 싶었다구요.


나도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낳지말지 그랬냐고 

아빠한테 악쓰다가 할머니한테 

뺨 맞았던것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날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빠도 

다 같이 울다가..
이모가 데리러 와서 

그날부터 이모랑 살게 된거죠..


이모도 당연히 절 안좋아하셨어요. 

자기 언니를 죽이고 태어난
조카가 예쁠리 없잖아요. 

그래도 구박은 안하셨던거 같아요


그렇게 그집에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나왔어요


학교 기숙사에 살면서 학교측에 사정을 말하고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모자란 학비와 용돈도 스스로 벌었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4년이 제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거 같아요.


당연하게도 제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어떤 가족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제가 연락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저한테 연락오는 가족들도 없었구요.


섭섭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대학교 졸업하고 교수님 추천으로 

대기업에 입사를 했고 

거기서 만난 남자와 2년 연애후에 결혼 했어요.


처음에 그집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이제는 저를 정말 딸처럼 생각해주시고 

제 말이라면 하늘에 별도 

따다 주실 것처럼 해주세요


남편 역시 저를 항상 위해주고.. 

요즘은, 내 인생에도 이렇게 행복한 날이 

오긴 하는구나… 

과거에 죽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하며 살고 있어요


물론 결혼식을 할때.. 참 일이 많았어요. 

저는 아무래도 부모님이 없다보니. 

결혼식때문에 헤어질까 생각도 했었거든요.


아빠한테 연락 해볼까.. 

이모한테라도 말해볼까 고민 했었지만
남편도 제 뜻을 존중하기로 했고 

시부모님들도 저에게 억지로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와달라고 

할필요 없다 하셔서


결국 결혼식장엔 혼자 입장했고 

대신에 시어머니께서 제 혼주석에 앉아주셨어요.


시댁 친척들 시선이 곱진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결혼을 잘 마쳤고 

지금은 아주아주 잘 살고 있어요.


더이상 과거는 떠올리지 않고 

살겠다 다짐했었죠. 

근데 갑자기 아빠가 연락이 왔어요. 

모르는 번호라 택배인줄 알고 받았는데.. 

아빠더라구요.


한번 만나고 싶다는 말에 

일주일 밤낮으로 고민했어요.


남편이 옆에서 제가 하고싶은대로 

다 해도 된다고 해주지 않았다면 

전 아마 계속 울기만 했을거 같아요.


이런 상황을 상상한적이 있긴해요. 

나중에라도 가족이 찾아오면 어떡하나.. 

싶었었는데 저는 단호하게 뿌리치고 

내 인생을 살거라 생각했었거든요. 

막상 눈앞에 그 일이 닥치니 

차마 그렇게 모질게 할수가 없더라구요…


결국 남편이랑 같이 퇴근하고 

저녁에 아빠를 만나러 갔어요


제가 결혼한줄 뒤늦게 소문으로 

알고 계시더라구요


결혼식에 부르지 않은 제 마음을 이해한다고,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고 

절 버려서 미안하다고 제 앞에서 

무릎을 꿇으셨어요


용서가 안될걸 알지만 용서해달라고 

고개 숙이시는데
이제 겨우 오십을 넘긴 

아빠의 머리가 왜이리 희끗희끗한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렇게 한참을 세사람이서 

말없이 있다가 제가 피곤하다고
먼저 일어섰어요. 

남편이 아빠를 대신 집까지 

모셔다 드려도 되겠냐 물어서 부탁한다고 하고 

전 먼저 집에 왔어요.


그날 아빠랑 남편이랑 술한잔 했다더라구요.


아빠가 고맙다면서 계속 울기만 하셨다고 

제 눈치를 보며 얘기하길래
내가 아빠를 용서했으면 좋겠어? 하니까 

그건 자기가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온전히 제 마음을 존중하겠다고 하더라구요


다만 후회하는 선택을 하진 않았으면한다고. 

그거면 된다고 안아주는데 고마워서 또 울었어요.


내가 부모 복은 없어도 

남편복은 있구나 싶더라구요.


그리고 아빠한테 제가 먼저 전화했어요. 

이제와서 찾아온 이유가 뭐냐 물으니
저를 그렇게 보내고 하루도 편하게 

자본 적이 없대요


죄없는 저한테 화풀이를 하고 돌아서면 

마음이 편할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대요.


할머니가 그날 저를 때리시고 

제가 간 뒤에 쓰러지셨고
결국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끝나기전에 

돌아가셨다 하시더라구요


이모를 통해서 얘기를 듣긴 했지만 

제가 가지 않겠다 했었어요.


할머니가 마지막에 저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말하고 가셨다 하더라구요.


할아버지도 할머니 그렇게 가고 

저에게 미안해서 차마 연락은 못하는데 

이번 기회에 할아버지도 

저를 굉장히 만나고 싶어하신대요.


버릴땐 언제고 이제와서 이게 뭐냐고 화냈어요.


왜 이제와서 이렇게 또 나를 힘들게 하는거냐… 

했더니 용서가 힘들거라는거 알지만 

그래도 한번만 용서해줄 수 없겠냐
 

앞으로 그동안 저와, 그리고 먼저 간 엄마에게 

용서 구할 시간을 달라고 하더라구요.


지금 당장 대답해주지 않아도 좋으니 

천천히 생각해보고
연락줬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4층짜리 원룸 건물 명의를 

제 앞으로 해주겠다고 

남편과 시간 정해서 알려달라고 하시는데
건물로 제 마음을 돌리려 하는거 같아서 

기분이 좋진 않더라구요


물론 아빠는 용서 안해준다 해도 

건물은 원래 저한테 주려고 했었다고 

부담가지지 않았으면 한다는데
이걸 받아야할지 모르겠어요. 

남편에게만 먼저 말했더니
제 기분이 찜찜하다면 받지 않아도 된다고. 

건물 없어도 우리 잘 살 수 있지 않냐고 

웃더라구요.
 

사실 남편에게 말하면서 

혹시 남편이 당장 받자고 

그리고 아빠를 용서하라고 말하면 어쩌지 

살짝 걱정을 했었는데
제 자신이 바보같더라구요.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어요. 

건물이 문제가 아니라… 

아빠를 용서해야할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지금 마음으론 그냥 안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라며 매몰차게 거절하고싶은데,

 또 막상 그러면 제가 후회할거 같아요
 

사실 저도 아빠가 보고 싶은 마음이 

아주 없진 않았거든요


가끔씩 문득 문득 떠오를때가 있더라구요. 

제 또래 여자가 아빠랑 다정하게 걸어가거나 

친구들이 아빠 나 데리러와줘
하며 전화를 할때.. 

왜 안보고 싶었겠어요..


비록 저한테 아빠 노릇을 해준적은 없어도 

그냥 아빠라는 그 이름만으로 

그립긴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걸 어떡해야할지.. 

결정을 못하겠어요


아빠를 용서하지 않는다해도 

저한테 손가락질 할 사람은 없겠지만…


제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남들에게 물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건 

저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마음이 너무 괴롭고
복잡해서 이렇게 익명 공간에, 

누군가에게라도 묻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거 같아서 힘들게 글을 쓰게 됐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막막하네요.


제발 저에게 인생 선배로서 

이런,저런 조언들 말씀해주시면 감사할거 같아요.

 다들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ㅡㅡㅡㅡㅡㅡ


조금 추가 할게요 건물 얘기로 말이 많으신데 

제가 어릴적부터 이미 친가는 잘 살았어요. 

아빠 역시 사업을 하셔서 집에 돈이 많다는건 

어린 저도 대충 알정도였으니까요.


건물에 조금도 욕심 없습니다. 

시부모님 노후 잘 되있으시고 

저랑 남편 잘 벌고 있어요. 

아직 둘다 20대 중후반이라 아쉬울거 없습니다. 

다만 살날이 많은데 

제가 살다가 아빠와 인연 끊은것을
후회하는 순간이 올까봐 걱정이 되서 글쓴거니 

본질을 봐주세요!


건물은 중요하지 않은데 

괜히 이 부분을 썼나봐요. 

건물보다는 제 이야기를 봐주셨으면 해요. 

건물은 전혀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학비는. 저도 모르겠어요. 

중학교때 그렇게 이모집에 가게 되면서 

연락을 해본적이 없거든요. 

입학금은 면제 받았고 첫 등록금의
절반은 외가에서 해주셨어요. 

절반은 제가 모은돈으로 했구요


제가 대학에 들어갈거라고 

생각을 안하셨을수도 있을거 같아요.


저 역시도 연락을 안했으니 이부분에 대해선…
지나간 일이라 묻기도 좀 그렇네요. 

꼭 돈타령 하는 사람이 되는거 같아서 

기분도 상하구요.


그리고 정말 건물에 욕심은 없어요. 

그깟 건물 없어도 지금 사는게 어렵지 않고 

부족한게 없으니.. 

어떤것도 받고 싶지 않는게 사실이에요ㅠㅠ


댓글 조금 더 달리면 글 지우고, 

저도 천천히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생각해볼게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콘텐츠를 보기 전 쇼핑을 해보세요

알리 방문 후 콘텐츠 더보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