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있음) 남친한테 이혼가정이라 결혼 안 한다고 했더니

20대 후반 이혼가정 자녀입니다

20재 중반부터 사귀던 남친이 있는데

먼저 결혼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죠

난 이혼 가정에서 자라왔고

나는 가정에서 받은 상처가 많고 나한테 결혼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그러니 나와 결혼 생각이 있다면

미안하지만 나는 못할 것 같다

우리 나이가 있는데 결혼 생각을 못한

내가 바보다, 지금이라도 그만하자 했더니

처음엔 당황하더니 

며칠만 시간을 달라기에 알겠다고 했어요

그러고나서 이틀 뒤에 연락이 와서는 하는 말이

그런 상처가 있을 줄 몰랐다

결혼이 싫다면 연애만하자, 하지만 나는

너랑 결혼이 하고 싶다

내 모습을 보고 남편 삼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이 되줄테니 노력하겠다 라며

위로의 말을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듣자마자 펑펑 울었어요

진짜 이 사람이랑은 결혼해도

죄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어요

근데 그 이후로 다툼이 있을 때마다

자꾸 제가 이혼가정인것에 대해

비꼬는 뉘앙스로 말을 하고 예를 들면

나 – 이번 추석 때 제주도로 여행가볼까 생각중이야


전남친 – 추석에 무슨 여행이야?


나 – 거의 일주일 연휴잖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나가겠어.


전남친 – 추석 땐 전부쳐야지. 

아, 너네집은 차례 안지내겠네. 

어머님은 편하시겠네. 추석이 그냥 노는 날이니까. 

우리 엄만 전 부치고 차례음식하시느라 바쁘신데.


나 – (이때부터 기분상했음)

우리 엄만 추석 때도 일하셔야 돼. 

노는 날 아니셔. 어머님 그렇게 바쁘시면 

너도 좀 도와드려.


전남친 – 난 도와드리지. 음식 나르고 나도 해. 

너도 여행가지말고 우리 집 와서 

전도 부치고 그럼 좋겠다.

(웃으면서 진짜 아무생각 없어보였음)


나 – 내가 왜??


전남친 – 아…너가 부모님이 이혼하셔가지고 

잘 모르는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원래 추석 때는 며느리가 와가지고 차례 돕고 그러는거야.


나- 그니까 내가 왜? 

내가 너랑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할 것도 아닌데.


전남친 – 평생 결혼 안하고 

연애만 하는정도면 거의 며느리 아니야?


나 – 대체 왜? 정확히 따지자면 

너랑 나는 남남인데 내가 왜 너희 집 차례를 도와?


전남친 – 그럴수도 있는거지. 

아 됐어, 환경이 다르니까 대화가 안통하잖아. 

(혼잣말로) 어머님이 진짜 차례 안돕고 그러셨나보네.


이런 식이에요. 

뭐만 조금 생각이 다르다하면

“너가 이혼가정이라 잘 모르는것같은데…”라고해요. 

솔직히 이건 제가 

이혼가정 아니었어도 갈 생각도 없구요. 

뭔가 제 가정사를 솔직히 고백한 이후로 

자꾸 이런식으로 얘기하니 

그동안 잘맞다고 생각했던것도 다 거짓말같고…

한번은 전남자친구 친한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남친 친구가 저한테 “청첩장 언제 줄거에요~” 

장난을 치시기에 그냥 웃고만 있었어요. 

그랬더니 전남친이 “아 야야 결혼얘기하지마. 

ㅁㅁ이 부모님 이혼하셔가지고 결혼생각 없대~” 

그러더라구요. 남한텐 큰 상처인데. 

어디가서 떠벌리고다니라고 

한 얘기가 아닌데 말이죠. 

친구분은 놀라셔서는 저한테 사과하셨고 

그 자리에선 그냥 넘겼지만 돌아가서 엄청 싸웠습니다.

결론적으로 헤어지게 된건 바로 어제에요. 

전남친이 집앞까지 바래다줘서 근처에서 얘기하다가 

동네공원에서 운동중이셨던 엄마랑 마주쳤어요.

(현재 엄마랑 같은 동네에서 살고있어요. 

같은집에서 사는게 아니에요.) 

엄민가 살갑게 말도 걸어주시고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는데 전남친 표정이… 

되게 떨떠름하다는 듯이 웃더라구요. 

그러다가 엄마께서 슬쩍 결혼얘길 꺼내셨는데

(엄마는 제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지 모르셨어요) 

기다렸다는 듯이 “ㅁㅁ이가 결혼은 싫대요. 가

정에서 받은 상처가 많다고 

결혼 생각 없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는거에요. 

이 나이먹고 엄마께 결혼관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드리지 못해 생긴 일이니 

제 잘못이지만… 

꼭 그렇게 말해야했나 싶더라구요. 

엄마는 얼굴 새빨개지셔서 그러냐고… 

미안하다고 그러셨어요.

변명이지만 엄마께 결혼관에 대해 

똑바로 말하지 못했던건 혹시라도 본인때문에 

결혼하기 싫어하는구나 자책하시고 

슬퍼하실까봐 말씀 못드렸던거에요. 

두분의 이혼은 저에게는 어떻게든 말리고싶은 일이었지만 

그러지못하고 두분께 이혼하셔도 

괜찮다고 권유했던건 밉고 원망스럽지만 

부모님의 인생이니 두분이 행복해지실 수 있길 바라서 

말씀드린거에요. 어디가서 

이혼가정이라고 무시받으라고 한 얘기가 아닌데…

그 자리에서 문득 서럽고 울컥해서 

엄마 얼른 집으로 보내드리고 그 자리에서 

추하게 울면서 전남친한테 헤어지자 그랬어요. 

부모님의 이혼은 나에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상처인데 자꾸 그런식으로 비꼬는 거 

더 이상 못참겠다고… 

남편 삼기는커녕 죽여버리고싶으니 꺼지라고 욕도 했네요. 

그랬더니 또 미안하다고 하는데… 

변하는건 없을것같아서 필요없으니 

그만 만나자하고 집에 들어와서 혼술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장문의 카톡이 왔어요. 

새벽 4시에. 그때까지 안주무셨다는거죠. 

일어나서 그 카톡보고 울고 출근준비하면서 

울고 일하다 화장실가서 울고 퇴근길에 눈물나서 

훌쩍대고 지금도 혼술하고 우울해있네요… 

전남친은 계속 연락오길래 

스팸처리, 차단 등 할 수 있는건 다했어요.


저… 잘한거 맞겠죠? 제가 예민한게 아닌거죠…? 

결혼이 무섭고 지옥같아보였는데 

이젠 연애도 그러네요. 엄마한텐 답장도 아직 못했는데 

뭐라고 답해야될지도 모르겠어요… 

좋은사람 만난다는게 다 남얘기같고 그러네요…

후기

세상에 어제 혼술하고 취해서 쓴 글이 

톡선에 올라와있어서 깜짝 놀랐네요… 

댓글 2,3개 달려있을거라 생각하고 

위로든 조언이든 충고든 들으려고 들어온건데… 

퇴근길에 본 거라 댓글들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진심어린 충고, 위로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정말 마음에 와닿는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오늘도 아무생각없이 혼술하러 맥주사들고 들어왔다가 

술 그만마시고 엄마랑 외식하는게 어떻겠느냐 해주셔서 

일요일날 저녁에 엄마와 외식하려고 합니다. 

바보같이 어제 온 카톡에 답장도 못했는데 

오늘 댓글보니 왜 똑부러지지 못했나 후회가 되네요.


처음에 이혼가정이라고 들먹였을 때 

헤어졌어야했다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맞아요, 

그랬어야했는데… 좋았던 기억이 뭐라고 

자꾸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라고 

혼자 단정지어버렸었네요 바보같이. 

댓글중에 시원하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사실 그거 전남친한테 써보고 싶어서 

차단풀고 카톡보냈어요. 

이거 후기..라고 하기에도 짧지만 

작성하는 와중에 답장왔어요.

나 – 네가 상처줘서 헤어지자한건데 

말귀 좀 알아듣고 그만 연락했음 좋겠는데.

 넌 나한테 이혼가정이라고 들먹였지만 

내가 너보다 더 바르게 자란 것 같다. 

난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았어도 

남한테 상처주는 말,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가릴 줄 아는데 넌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도

 아직도 그런 걸 못 배웠나봐. 

네 바보같은 행동때문에 네 부모님 욕보이셨으니 

앞으로라도 좀 똑바로 살아갔음 좋겠다. 

그거 안될것 같으면 결혼이고 나발이고 

그냥 혼자 살아 쭉. 나랑 우리 엄마 욕보이고 

상처준 거 평생 잊을 생각 없어. 

한 번만 더 연락하면 주위 사람들한테 

왜 우리가 헤어지게 됐는지 니가 얼마나 쓰레기같은 놈인지 

말하고 다닐거니까 연락하지말고.

전남친 – 차단한 줄 알았는데 

차단한게 아니라 안 읽은거였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만나서 얘기하자. 

내가 심하게 말한거 사과할게. 

지금 집 앞으로 갈까? 아니면 좀 생각하고 만날까? 

너도 심하게 말했으니까 

좀 식히고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일 연락할게. 잘자.

나 – 안잘거야 ㅁㅊ놈아. 사과받을 생각 없고 할 생각 없어. 

내가 말이 심하다고? 

니가 이제까지 한거에 비하면 반에 반도 못따라오지. 

집 앞으로 오면 경찰에 신고할거고 

연락하면 주위사람들한테 다 말할거야.

두 다리 쪼그리고 자라. 차단한다.


이렇게 보냈어요. 

베댓중에 완전 속시원하게 써주신 분 계셔서 

그대로 써보고 싶었지만… 

제 집주소까지 아니까 해꼬지할까봐 

사이다 1000개 먹은 카톡은 못했어요. 

그래도 욕이든 저주든 뭐라도 퍼부어서 속은 시원하네요.


결혼이든 연애든 저한텐 아직 거리가 멀고 두려운 거에요. 

그래도 댓글 중에 본인 경험까지 써주시면서 

좋은 얘기 해주신 분들 덕분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려고요. 

그리고 이제 다른 사람한텐 

절대 가정사얘기 하지 말라고 해주셨던 댓글. 

앞으로 그렇게 할게요. 

사실 친구들도 모르는 이야기인데 

딱 한 번 털어놓은 사람이 모지리였네요.  

댓글은 꼭 다 읽을거고 새길거 새기면서 명심할게요. 

그래도 이제라도 ㅁㅊ놈 걸렀으니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하려구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콘텐츠를 보기 전 쇼핑을 해보세요

알리 방문 후 콘텐츠 더보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