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남편과 결혼했어요
저는 초혼 이였고 남편은 재혼이였죠
딸아이가 하나 있었어요
전 와이프는 아이를 낳자마자
다른 남자랑 바람나서 떠났고
엄마 젖 한번 못먹고 자란 아이라는 말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결혼을 생각하면서 고민도 많이 해봤지만
잘할 수 있을것만 같아서 결혼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아이가 학원에서
소풍을 간다길래 도시락을 싸서 보냈거든요
도시락을 처음 싸보는거라 새벽부터 일어나서
인터넷 레시피도 찾아보고 나름대로
주먹밥에 김으로 얼굴도 만들어보고
토끼 귀도 달아보고 방울토마토랑
딸기도 먹기 편하게 손질해서 싸주면서
점심때 도시락 보고 기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도시락을 싸서 보냈는데
아이가 소풍 갔다 오고 나서
도시락 어땠냐고 물어봤는데
제 눈치를 보다가 방으로 쏙 들어가더라구요
가방에서 도시락을 찾아 꺼내는데
과일은 다 먹고 도시락은 거의 안 먹었더라구요
그 도시락을 보는데 바보처럼 눈물이 났어요
제 자신이 너무 바보 같고 화도 나고
거실에서 울면서 멍하니 앉아있는데
아이가 나와서 제 옆에와서 슬쩍 앉아서하는 말이…
“도시락 맛이 없어서 안먹은게 아니라
아까워서 못먹었어요
울지마세요. 고마워요 엄마”
그 말이 정말 너무 미안하고
제가 어른인데도 아이보다도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슬프고 속상하고 고맙고
여러가지 감정이 북받쳐서 그대로
아이 끌어안고 소리내서 울어버렸어요.
세상에..어떻게 아홉살짜리가 이런말을 하나요…
그대로 끌어안고 엉엉 울다가
아이는 지쳐서 지금 잠든 상태고,
저는 자는 아이 모습 바라보다가 이렇게 글을 써요.
엄마가 된다는건 , 특히나 새엄마로 산다는건
너무 힘든일인거 같아요.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라는거
많이 느끼는 하루네요.
아이가 서서히 저한테 마음을 열어주는구나 싶어서
가슴이 벅차요.
그리고 제가 많이 모자라는 엄마구나 싶어서,
남편이 돌아오면 상의해서 아이가 학교 다니는동안
육아 공부를 해볼까 싶어요.
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싶네요.
못난 엄마지만, 앞으로는 아이에게 더 잘해주고 싶고
세식구 더욱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천사같은 아이에게,
그리고 늘 미워했던 아이의 친모에게까지도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저 잘할 수 있겠죠? 저 좀 응원해주세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