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결국 남자친구랑 파혼했네요
제가 선택한 파혼이지만
심란한 마음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청첩장 보낸 분들께 하나하나
파혼 소식 알리려니 막막한데 전 후회 안 해요
지난 주말, 예비 시댁에 인사도 드릴 겸
저녁식사 하러 갔습니다
시댁 식구들이랑 다 같이 식사중에
갑자기 남자친구가 예비 시누이에게
물 좀 떠줘, 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예비 시누는 19살 늦둥이입니다)
근데 시누가 뚱한 목소리로
“오빠가 가져가 먹어, 왜 맨날 날 시켜.”
이러더군요
그러자 남자친구가 시댁식구가 다 있는데
시누이 머리를 탁! 소리나게 치더니 하는 말이
“어린게 맨날 까불어 좀 하라면 해.”
라고 하더군요
시누이가 짜증난 목소리로
아 오빠! 이러는데 저 혼자만 놀라고
시댁식구 모두 신경도 안 쓰고 밥을 먹어서…
결국 저도 아무말 안하고 밥을 먹고 나왔습니다.
그 이후에 전 당연히 모든게 불편하더라구요ㅜㅜ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거 같아서
어제 남자친구에게 차분하게 이야기를 했죠.
시누이랑 나이차가 많이 나는거 알고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사람 대 사람으로서
머리를 때리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남자친구는 근데 문제가 뭔지조차 모르더군요.
내 여동생인데 뭐가 어때서 그래? 라고
말하면서 제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습니다.
내 여동생인데 뭐가 어때서가
결국 내 아내인데 뭐가 어때서
내 아이인데 뭐가 어때서로 변할게 뻔히 보이더군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결혼못하겠다고
하고 바로 집으로 갔습니다.
그 뒤로 오는 카톡이나 전화는 무시하고 있고요…
부모님껜 어제 밤에 솔직하게 말씀드렸네요.
저희 부모님은 X서방 그렇게 안봤는데… 라고 하십니다.
저희 집은 사랑의 매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가정 안에서 폭력은 생각도 못한 부분이었고요.
남자친구가 제게 워낙 잘하다보니
그런 뒷면이 있을줄은 몰랐네요.
다른건 다 몰라도 폭력성이 보이는
남자와는 결혼을 못하겠더군요.
파혼에 후회는 없고, 미련도 없지만.
3년간 사랑한 사람인지라 아프고 슬프긴 합니다.
결혼 2주 전의 파혼이라…
말도 많을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그래도 이혼보단 파혼이 나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