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비혼주의자였음
왜냐?
모아 놓은 돈이 없었으니까
그러다 아는 형이 술 먹자고 불러서 나갔다가
와이프를 만나게 됨 여럿이서 술을 먹었는데
자꾸 와이프 다리가 눈에 들어오더라
여름이라 핫팬츠를 입고 왔었는데 나한테 자꾸
자꾸 웃어주니 마음이 싱숭생숭했음
아무튼 그래서 그날부터 열심히 꼬셔서
한 보름만에 사귀기로 함
와이프도 결혼은 생각 없다고 해서 오히려 더 좋았음
그런데 사귀고 보니까
와이프랑 속궁합이 너무 잘 맞는 거임
근데 문제는 일주일에 최소 4~5번은
모텔가니까 진짜 모텔비가 감당이 안 되더라
그래서 차라리 원룸을 구해서 동거하기로 했고
각자 집에 동거 얘기를 했더니
장모님이 하는 말이 “동거 하고 싶으면 일단
너네 부모님 우리가 얼굴은 한 번 봐야 되지 않냐?
나나, 와이프나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
동거하기 전에 서로 얼굴은 한 번 보여드리는게
맞는거 같다는 얘기에 동의함
어머니한테 얘기를 했더니
그럼 나도 한 번 보자 – 하셔서
결국 상견례는 아닌데, 동거를 허락받기 위해
양가 부모님을 모시는 자리가 성사됨
근데 이때부터 일이 이상하게 흘러감
처남이 – 누나 남친 보러 간다고?
근데 나는 왜 안 데려가냐? 나도간다-
어머니 거기 동생까지 온다고?
우리는 너하고 나밖에 없는데, 안 되겠다.
숫자가 너무 딸린다. 동생 불러 –
결국 그렇게 동거를 허락받기 위해서
양가 온 가족이 만나는 자리가 되어버림
아무튼 그렇게 날을 잡고,
한적한 식당 겸 카페에서 만남.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음
대강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와중에 우리 장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심
“호호호, 그럼 날은 언제로 잡는게 좋을까요?”
우리 어머니랑 동생은 “???”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봄
당연히 나도 “???” 이랬지
근데 우리 어머니는 나름 순발력이 있으셔서
“아, 날은 원래 여자쪽에서
잡는 걸로 알고 있어요~”라고 해버리심
그러자 장모님 웃으시며 “ᄋᄏ”하심
그날이 일요일이었는데,
차 타고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랑 동생이 물어봄
“이거 상견례였냐?”
“오빠 결혼해?”
“아니, 그게 아닌데… 동거 허락 받는다고
보자고 한건데… 뭐지?”
그날 와이프랑 카톡으로 “
뭐냐? 날은 왜 잡자고 하시냐?”하면서
얼탐
다음날 월요일에 점심 좀 지나서
엄마한테 전화옴
“저쪽 어머님이 날 잡아서 보냈는데,
이거 어떻게 하니?”
“???”
그렇게 사귀고 3달인가 4달만에 날 잡고
결국 결혼함ㅋㅋㅋ
그래서 난 지금도 와이프한테
“난 장모님한테 낚여서 결혼했다!”고 당당히 말함
그럴 때마다 와이프가 나 흘겨보는데
맞는 말이라 자기도 뭐라고 못함
그렇게 얼결에 결혼해서
기저귀값 분유값 열심히 벌고 있다
암튼 결혼 생각 없는 애들은
상대방 부모님 만나자고 하면 긴장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