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부터 절친인 여자애가 있어요
스펙을 말하자면
피부 좋음/얼굴 귀염상/31살
/연애 경험 다수/전문대 중퇴
/개인 사업가
(잘 버는 달에는 직장인보다 조금 더 벌지만
고정적이지 않음)
/161cm107kg/웃음 많고 밝고 호쾌한 성격
저는 성격이 활발해서 주변에 친구가 많은데
다른 친구들은 소개팅을 한번씩
다 시켜줬더라구요
이어진 경우는 잘 없고
한번 만나고 난 뒤에 친구쪽에서 거절하거나
남자쪽에서 거절하거나 그랬대요
아무튼 저에게도 소개팅 시켜달라고
오래전부터 얘기했었고
친구를 너무 사랑하지만
통통을 넘어선 초고도라
쉽사리 소개팅 자리를 주선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다 어찌저찌 얘기가 잘 되서
알고 지내던 대학 동기 남자를
소개시켜 줬어요
대학 동기 남자애는 외모는 평범한데
피부가 좋고 코가 예뻐서
보는 사람에 따라 괜찮게 보기도 하는 얼굴이고 (연애도 꾸준히 함)
수도권 4년제 졸업,
키 178 보통 몸매고 중견기업 다니고
연봉이 3천후반~4천초반 인걸로 알아요
31살에 이정도 스펙이면 준수하지 않나요?
(인터넷에서야 너도나도
고액 억대 연봉자라고 하지만
현실 30대 연봉 평균을 보면 그렇지 않아서
저는 이 친구가 준수하다고 생각해요)
둘이 보면 어색하다 해서
저,친구,대학동기 셋이 커피 한잔 했는데
대학 동기는 자기가 생각한 거보다
제 친구가 많이 뚱뚱해서
좀 놀라긴 했다고 하지만
굉장히 매너좋게 행동했어요
친구가 먹고 싶다던 가게가
차로 편도 1시간 거리였는데
흔쾌히 데려다줬고
리액션도 잘 해주고
실망하거나 놀란 티 내지도 않았어요
옆에서 볼때
대학 동기의 배려심에 너무 고마웠고
내가 가운데서 잘 거절 멘트 날려야겠다
생각했는데
제가 말 꺼내기도전에 친구가 먼저 까네요
외모는 나쁘지 않지만
자기 이상형 기준에 너무 안맞는대요
이상형이 뭐냐 물었더니
외모는 180 이상 운동한 헬창 스타일,
얼굴은 곱상한거보다 선이 좀 굵고
남자다운 얼굴을 좋아하고
나이는 크게 상관없지만 한두살 연하면 더 좋다(동기는 부드럽게 생겼고 동갑임)
거기다 술이랑 해산물
무조건 잘 먹고 좋아해야하고
(동기는 해산물을 못먹는건 아니지만
크게 선호하지 않음)
안정적이고 탄탄한 직장인에
나보다 더 벌고 배울점이 많아서
존경할 수 있는 사람,
미래 계획을 상세하게 세워서
나를 설득 시킬 줄 아는 사람을 원한답니다
그러면서 소개팅 기대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평소에 자기가 말해온 이상형을
전혀 고려 안하고 소개시켜준거 같다고 하네요
이친구가 평소에 존잘 연하남 만나고 싶다,
능력 좋은 사람이 아니면 만날 수 없다,
왜냐하면 난 배울점 없는 남자한테는
호감을 못 느낀다 라는 말을 종종 했었어요
같이 있음 너무 즐겁고 밝고
에너지를 주는 친구라 정말 아끼고 사랑하지만
저는 친구가 말하는 이상형은
만나기 힘들다 생각해요ㅠ
거기다 동기가 정말 애써주고 매너있게 해줬는데
제 동기를 안좋게 얘기하는 거 같아서
불편하기도 했어요
제가 동기한테 따로 밥 사주면서
매너있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하니
오히려 자기가 미안하대요ㅠ
외모를 보고 거절하게 되서 미안하대요.
근데 제 친구가 너무 재밌고
성격이 구김살 없고 유쾌해서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거라고 칭찬 해주네요ㅠ
그래서 친구 얘기 전달 안하고
내가 가운데서 대신 거절하겠다
고맙다 하고 정리했는데
그날 이후로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밝게 연락 오는데
저는 친구가 좀 너무하단 생각이 드는데
제가 너무한걸까요ㅠ
이상형이야 구체적이면 좋은거고
누구나 예쁘고 잘생기고 능력 좋은 사람을
좋아하지만
모두가 그런 사람이랑만 만나는건 아니잖아요
만약에 친구가 정상 체중이었다면…
지금 너무하단 생각이 안들었을거 같아서
제 자신이 더 너무한 것도 맞긴 한데
그래도 참 씁쓸하네요 ㅠㅠ
소개팅은 해주고도 좋은 소리 듣기 힘드니
앞으로는 신중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