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6년 결혼 3개월차인
맞벌이 여자 입니다
3주전 쯤 제가 몸살을 심하게 앓았어서
아침 못 차려주겠다고 얘기를 하고
회사도 연차쓰고 집에서 쉬고 있었고
남편한테 퇴근하고 오는 길에
죽을 사와달라고 부탁했죠, 근데 남편이
죽을 왜 사가냐며 저녁 안차릴거냐고
성질을 잔뜩 내려다구요?
그러고는 정말 빈손으로 들어왔어요
그러면서 저녁 왜 안차려주냐고
큰 목소리로 짜증을 내는데
너무 듣기 싫어서 몸도 아픈데
집 앞에서 죽을 포장해왔고
내가 정말 아파서 그러니
저녁은 이거 반씩 나눠먹자고 했고
딱 한숟가락 뜨는데 남편이
제가 먹고 있던 죽통을 손으로 걷어치더니
그대로 바닥에 엎어버렸어요
아픈것도 서러운데
아픈 아내한테 밥 달라고 하는것도..
죽 엎어버리는것도..
너무 서러워서 많이 울면서 화내고 싸웠었네요.
근데 웃긴게 뭔지 아세요?
저한테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안했어요
소리 지르지마라 울지마라 짜증난다.
어쩌라는거냐는 식으로 일관했었죠
그리고 그 후로 현자타임이라고 하나요?
내가 하는 짓이 부질 없다고 느껴지더라구요.
이 사람한테 잘 해주고싶다,
이 사람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이런 마음들이 싹 사라지면서
제 마음이 식어가는 걸 저 스스로가 많이 느꼈어요.
이 사람도 저한테 딱히
화해하자고 시도하거나 하는 것도 없었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였는데
결혼 후부터 왜이렇게 달라졌을까 생각하다가
생각하는것도 그만뒀네요
원래 이런 사람이였겠죠..
긴 시간은 아니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혼으로 생각을 굳히게 됐어요.
참 웃긴게 이걸 입 밖으로 꺼낸 것도 아닌데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건지?
며칠 전 부터는 연애때처럼 돌아가서
다정다감하게 대하려고 하더라구요
너무 웃기죠
그리고 제가 어제 저녁부터
몸이 살짝? 으슬으슬해서 죽 포장해와서
혼자 반 먹고 나머지 반은 오늘 아침에
먹을 생각이였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제가 출근 시간이 더 늦기도 하고
이젠 아침밥도 차리지 않으니
제가 더 늦게 일어나요)
제가 먹으려던 죽 반그릇을
본인이 먹고있더라구요.
저도 엎어버렸어요 그냥 싸이코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그냥 갑자기 엎어버렸어요.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갑자기 그러고 싶었어요.
그러고나서 난리가 났죠 갑자기 뭐하는거냐
미쳤냐 싸가지없게 이게 뭐하는 짓이냐
사과 안하냐 소리 지르면서
손찌검까지 하려했는지
손을 확 들어올렸다가 때리지는 않고
내려놓더라구요
저도 똑같이 해줬어요 소
리 그만 질러라 시끄럽다.라고..
몇초 멍때리다가 그대로 나가더라구요
그렇게 출근해서 지금까지
계속 사과하라고 전화에 카톡에 난리도 아니네요
똑같이 밥상 엎어줬는데 후련하지가 않아요..
6년을 연애 했고..
정말 좋은 사람이다 싶어서 결혼을 했는데
결혼 3개월만에 이혼 하려니..
참 허무하고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된 기분을 지울 수 없고..
이 사람과 내가 정말 밑바닥까지 갔구나
돌이킬 수 없구나 이런 생각들 때문에
후련하지 않은가봐요..
이혼을 할까요? 참을까요? 를
물어보는 글이 아닙니다..
지난 시간들이 아깝지만..
앞으로 보낼 시간들이 더 소중하고 값지니까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바로잡아야 아까운 시간들을
더 만들어내지 않을테니까요.
그냥 한마디라도.
위로 한 번만 해주실 수 있나요?
추가
6년 동안 사귀면서 어떻게 몰랐냐고
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시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더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전혀 이상한 부분이 없었고
폭력적인 성향도 없었습니다..
그냥 저에게 정말 잘해줬어요.
연애 땐 제가 아프다고 하면
죽을 쒀오거나 하다못해
죽을 포장해서라도 가져다주며
본인 생각해서 꼭 먹으라고
몇번이고 그렇게 말 하던 사람이였어요
작정하고 6년간 저를 속인 거고
이제야 본성이 드러나는거겠죠
작정하고 속이는 것까지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저에겐 없었나보네요..
그리고 문자랑 카톡 전화 번갈아 오길래
전화 받아서 나는
너라는 사람한테 사과하고싶지않다
너라는 사람한테 속아 결혼까지 강행한
내 자신에게 미안하고 남들 꿀 떨어지게
즐기는 신혼에 니 눈치만 보며
살얼음판 걸었던 내 자신에게 미안하다
이런식으로 말 하니까 이혼 하고싶은거냐고
이혼 들먹이길래 이혼 하고싶은거 맞다
그러니까 이혼하자라고 하고
말다툼 살짝 하다가 끊었거든요
근데 전화 끊고 몇분 지나서
초반에 안 잡으면 기 죽어서 살아야된다고?
주변 친구들이 그런 말 했어서
저한테 그렇게 한거라고 울면서 말 하는데..
진짜 웃기네요 이 사람 친구가
내 친구고 내 친구가 이 사람 친구고
다 아는 사이인데
저희 주변엔 결혼한 친구가 없어요
미혼인 사람들이 저런 조언을 했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런 말을 듣고
나한테 그렇게 했다고 하니..ㅋㅋ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나서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정까지 다 떨어진 기분이네요..
참…. 댓글 중에 기 죽이려고 그런건가보다-
라고 달아주신 분 계셨는데..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기 죽이려는 행위였다고해도..
연애때 봤던 눈빛을
결혼 후에는 한번도 못느꼈어요
그래서 핑계 같고
그냥 원래 이런 사람이였던 것 같네요 참…………
그리고 지금은 이혼하기로 마음 먹은 상태이고
저희 부모님께도 다 말씀 드린 상태입니다,
저를 말리지 않으셨어요
흔쾌히 그러라고 하셨지만
속으론 이런 딸이 몹시 안쓰러우시겠죠..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린
못난 딸이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씩씩하게 사는 모습으로
죄송한 마음을 갚아나갈 생각입니다.
저희 부모님께서 발이 넓으신 덕분에
유능한 변호사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구요..
상대쪽에선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우기는 상황이여서
소송으로 진행해야한다고 하셨어요.
댓글에서 말씀해주신 카톡으로
증거 남기는 부분에 대해서도 자문을 구했었는데.
혹시라도 이혼 소송 준비하시는 분들
계시다면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아래내용 참고하세요.
모든 내용이 증거자료로 활용 되지는 않지만
(성립 조건이 있더라구요),
일단 틈틈히 수집은 해두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신혼집이 제 명의이긴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 사람을 쫓아내게 되면
나중에 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하셔서
제가 그냥 친정에서 지내고 있어요.
한시라도 같이 있고 싶지 않고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거니까요..
추후에 일이 모두 마무리 되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남겨주신 분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년 후 후기
안녕하세요 많이 늦었지만
그 후의 일들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기에
당연히 갈라서겠다고 결심을 했었으나
모두 정리하는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과정은 생략 하겠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감기 기운이 잦았었는데
그게 임신 초기증상..
월경은 워낙에 불규칙적이였고
임신을 경험해본적이 없던 터라
몸에 나타난 사소한 변화들이
임신을 알려주는 증상인줄도
모르는 채 지냈었네요
저는 갈라서는 건 갈라서는거지만
나에게 찾아온 아이는 당연히 낳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저희 친정엄마는 찬성.
아빠는 반대 입장이셨다가
결국 제 뜻에 따라주셨어요
낳겠다고 다짐을 하고도 당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서
노심초사하며 지냈는데 다행히,
건강하게 태어나주었습니다
초보엄마를 만나서
고생이 많은 아주 어여쁜 공주님이에요 ㅎㅎ
현재는 친정엄마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계시지만
도우미 아주머니의 도움을 더 많이 받고 있네요..
저나 친정이나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저희 부모님을
너무나도 존경했지만 제가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존경심이 몇 배는 더…… ㅠ ㅠ..
전남편은 아직도 아이디를
바꿔가며 카카오톡으로 메세지가 오는데.
매번 차단은 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2~3번은
새로운 아이디로 연락이 오네요
저는 직업 특성상 연락처를
쉽게 바꿀 수가 없어서
아직 연락처를 바꾸지는 못했는데
조만간에 연락처도 바꾸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아무튼 요즘의 저는 다크써클이 턱
까지 내려온 느낌이지만..
서툰 실력으로 육아에 전념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능숙해지겠죠?
편부모가정에서 자라게 될 아이에게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따가운 시선 따위 받지 않도록
여러 방면으로 많이 노력해보려고해요
그 당시에 저에게 많은 위로를 건네주셨던
마음씨 따뜻하셨던 감사한 몇몇 여러분들께
다시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짧은 글로 마무리 합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