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여자입니다
얼마 전에 상견례 했고
아직 날은 안 잡은 상태인데요
저한테는 외할머니가 계시는데
어렸을 때 아빠가 사고가
크게 났어서 병원에 좀 오래 계셨을 때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가 저희 집에 올라오셔서
집안일 다하시고 저와 제 동생을 돌봐주셨어요
엄마는 일하랴 아빠 병간호하랴
굉장히 바쁘셨지만
외할머니가 저희를 엄청 잘 챙겨주셨고
아빠 퇴원하고 그 이후에도
일주일에 세번 이상은 통화할정도로
외할머니한테 잘해드리고 싶은데요
상견례도 했고, 날은 아직 안 잡았아도
남자친구가 할머니께 인사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 주말에 쉬니까 같이 내려가서 인사드리고
근처 해수욕장에서 놀다오자했더니
남친 표정이 안좋아지더라구요
대화체로 간략하게 쓸게요
나- 할머니께 인사드리러 가자
남친-할머님이 너한테 소중한 분이하는건 알지만
결혼 전에 여친 외갓집에 인사가는 경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미안한데 난 불편하다
나-뭐가 불편하냐, 나도
오빠네 친가 외가 다 가서 인사했다
남친-
너는 며느리 될 사람이고
나는 사위될사람이다, 사위는 장모님도
불편해하는데 할머님은 더 불편하실것이다.
할머님이 올라오셨을때
그때 얼굴뵙는거면 모를까
내가 찾아뵙는건 어색하고 이상할것같다
나 – 이상한것도 많다.
어른께 인사를가야지
어른이 오빠한테 인사를하러오느냐
남친 – 그런 의미가 아니다.
아무튼 불편하다. 너도 만약에 우리 친가나
외가 가는게 불편했으면 얘기를 하지그랬냐.
그땐 아무말 없다가 왜 이제와서 그러느냐
나 – 나는 당연히 어른께 인사드리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거다.
그럼 이렇게 하자.
여름 휴가때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휴가 보내고,
올라오는길에 잠깐 들려서 인사하자.
손녀사위 될 사람 얼굴도 못보고
결혼식올리는건 아니지않느냐
남친 – 그건 예의가 아닌것같다.
아무튼 생각좀해보자.
그러면서 제 표정이 안좋으니까 화났냐며,
화 풀고 맛있는거 먹으러가자고 그러더군요. ㅋ….
어이가없어서 오늘은 날이 아닌것같다고
그냥 집에 간다고 하고 왔어요. 피곤해서?
거리가 멀어서? 어차피 운전 제가하고 갑니다.
뭐하나 핑계댈것도 없이 그냥 불편하다.
아닌것같다. 이러고만 있더라구요.
집에와서 생각해볼수록
이 결혼은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견례는 했지만 아직 날도 안잡았구요.
헤어지는게 나을것같다는
생각이 들고 주변에 결혼한 친구가 없어서
물어볼데가 없어 여기다가 글을 올립니다.
외할머니께 인사가자는 제가 이상한건가요?
추가
헤어지기로 마음 먹었고,
오늘 일 끝나고 만나자고 했습니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한번 정이 뚝 떨어지니까
더이상 재고해볼필요도
없을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계속 곱씹어서 생각해봐도 제발로
헬게이트 걸어들어가는꼴일것같구요.
카톡으로 헤어지자고 할까도 생각했는데
그건 이남자가 말하는 ‘예의’가 아닐것같아서요.
부모님께는 헤어지고 나서 말씀드릴 생각이에요.
안그래도 시집 너무 빨리가는거 아니냐며
서운해하셨는데 저런 생각 가지고있는
남자인거 알면 더 속상해하실것같아서
그냥 헤어졌다고 하려구요.
주말엔 계획대로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달다구리 사서 내려갈 생각이구요!
댓글주신분들 말대로 결혼 엎는게 맞는것 같아요.
만나자고 하면 안나올까봐
화 풀린척 평소대로 만나자고 했더니
바보같이 넘어오네요.
저녁에 후기 가지고 올게요!
댓글주신분들 감사합니다!
후기
헤어지고 왔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어이없네요.
평소 양쪽 회사 가운데에 있는
카페에서 자주 만납니다.
오늘도 거기서 만났구요.
갔더니 정말 아무렇지 않은척
오늘 뭐먹고싶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생각없다고 그랬더니 아직도 삐졌냬요.
그러면서 자기가 생각 많이 해봤고
아는 형님들한테 물어봤더니
당연히 인사하러 가야한다고 했다네요.
인사는 가쟤요. 근데 지금 당장은 아니고
결혼 날짜 잡히고 나서 확실하게
인사도장 찍으러 가고싶대요.
아직은 불편하다고. 그래서 오빠가 불편하면
가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야 자기 맘 알아주는거냐며 ㅋㅋㅋ
사실 남자들 다 처갓집 어렵고
더군다나 어르신은 더 어렵다고
근데 자기는 보통 남자보다 더 그런것같다고
실드치더라구요. 헛소리도 참 ㅎㅎㅎㅎ..
그래서 커플링 빼서 내려놓고
나도 오빠 불편해졌고
결혼하는것도 불편해졌으니까
안할거라고 했습니다. 못하겠다구요.
그랬더니 결혼이 우숩냬요.
어린애라서 뭘 모르나본데
어른들끼리 다 만나고 얘기까지 잘 나눴는데
겨우 할머니 안찾아뵙는다고
결혼하네마네 하냐구요.
그래봤자 세살차이납니다.
그래서 어린애고 나발이고 모르겠고,
나한테 소중한 가족한테 인사도 못갈정도로
불편함 감수해가면서
나랑 결혼할 필요 없다고 그랬습니다.
이쪽에서 사절이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또 달래더라구요.
인사 안간다는게 아니라
좀 나중에 시간을 달라구요.
그래서 필요없다고했습니다.
결혼하기 전부터 오빠는 우리집 불편해하는데
결혼하고난다고 편해질것같지도 않고
불편하다는 핑계로 우리집 한번을 안갈것같다고.
톡 까놓고 말해서
내가 오빠네집 갔을때 안불편했을것같냐고.
오빠 불편한만큼 나도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 가족이고
이제 결혼하면 한식구라는 생각으로
어색한거 참고 노력한건데
그정도 성의도 못보여주냐고 그랬더니
또 그소리 나오더라구요 ㅎㅎㅎ
여자는 원래 애교도 좀 있고
어른들한테 잘 하고 그러는거 아니냬요.
며느리 될 애면 그정도도 못하냐고 ㅋㅋㅋㅋ
그래서 사위될사람인데
처갓집에 그정도도 못하냐고 그랬네요.
아무튼 다 필요없고 결혼 없던걸로 하고
여기까지 하자고 그랬습니다.
오빠네 부모님한테는 오빠가 말 못할것같으면
제가 하겠다고 하구요.
그랬더니 진짜 이래야겠냐고 그래서
이래야겠다고 했어요. ㅋㅋㅋㅋ
여자는원래~ 며느리는원래~
원래원래같은소리하고 자빠졌네요.
나가면 진짜 끝이라길래 걍 나왔습니다.
전남친이죠 이제.
혹시나 집에 찾아올까봐 남동생한테
잠깐 제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했습니다.
지금 동생 와있구요 ㅎㅎ
동생이랑 피자나 시켜먹으면서
맥주한잔 해야겠습니다.
댓글주신 여러분 감사드리고 더운 여름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