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층에 살던 여자애가
꼭 내가 나와서 담배피고 있으면
슬그머니 캔커피 하나 들고 나와서
마시다가 들어감..
처음엔 그냥 나처럼 바람쐬러 나오는 줄 알았음
담배 안 피니까 커피라도 마시나보다 했는데
이게 계속 반복 되는 거임..
저녁 먹고 잘 때까지 평균 3~4번 담배를 피는데
2~3번을 마주치는 게 한 달 동안 반복되면
이건 그린라이트지..
그래도 확신이 없어서 문 여는 소리만 내고
나가는 척 한 다음에 복도에 서 있어 봤음
발소리 내는 디테일도 잊지 않았다
그랬더니 진짜 그 애 방문이 열리는 거임
나오다가 내가 복도에 서 있는 거 보고 흠칫 놀람
순간 뇌에 과부화 걸려서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지는 거 캐치함
항상 긴 머리 였는데 그날은 더워서 그랬는지
머리를 묶어 올렸더라..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엘레베이터 앞에 서길래 나도 뒤에 섬..
내가 “우리 자주 보죠..?” 물어봤더니
“네..” 하고 수줍게 대답하더라
잡티 하나 없는 흰 얼굴에
눈꼬리는 쳐져서 마시마로를 닮은 그녀..
난 저 한마디에 모든 걸 인정했다고 본다.
단 한 번도 그애가 나보다 먼저 나온 적은 없고,
항상 내가 불을 붙이고 두세모금 빨면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었지..
그래도 걔가 창피할까봐 티는 안 냈다ㅋㅋ
평소처럼 나는 계단 난간에서 기대서 담배를 피고
걔는 주차장 쪽 난간에 앉아서 커피를 마심
내가 “커피 맛있어요?” 하니까
“아..네.. 저 많은데 하나 드릴까요?” 이러고
“다음에 하나 주세요” 라고 하면서
다음 만남의 여지를 남겨둠
엘리베이터 또 같이 타는 건 너무 어색해서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ㅋㅋㅋ
방에 들어오고 한 10분 쯤 지났나?
누가 노크를 하는 거임
설마? 하면서 문을 여니까
그 여자애가 캔커피 2개랑
망고 하나를 들고 서 있더라.
미친ㅋㅋ 나한테도 이런 로맨스가 생기는구나..
너무 황송한 티를 내면 없어 보일까 봐
걍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하고 문 닫음.
‘아 너무 철벽티를 냈나..’ 하고 후회하는 순간
캔커피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함
심장이 쿵쿵 뛰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뭐라 썼을까 하고 읽어봤는데
편지내용
이런 말씀 드리는 거 많이 망설여지고
실례되는 거 알지만 너무 힘들어서요.
가급적이면 담배는 건물 뒷편에서
펴주시면 안 될까요?
연기가 너무 들어와요..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