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도 모르던 스물셋에
지금 남편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호된 시집살이 한지 9년이나 흘렀습니다
결혼전에는 친정없는 날
부모, 남편, 자식 노릇 다 하겠다고
구워삶아서 결혼하더니 혼인신고서에
도장찍자마자 태도가 싹 바뀝디다
이제 현실적으로
내가 자기 말고는 기댈곳 없는 걸 아니까
참 지독히도 못돼게 굴었습니다
갖은 구박, 폭언, 무시…
결혼한지 1년 좀 안 됐을 때
나랑 상의도 없이 시댁이랑 합치고
그걸로 모자라 그집에서 하녀취급
투명인간 취급받으며 여지껏 살았습니다
내 가정깨고 싶지 않아 이 악물고 참았습니다
이젠 7살된 아들도 엄마라면 무시하고 혼내면은
여지없이 제 친할어니 할아버지 아빠 뒤로
숨어버리고 엄마라면 그냥 우습게 압니다
그러다 오늘 캐나다로 이민가신
아주버님 딸이 방학했다고 놀러왔어요
시어머니가 밥 차리라고 하길래
늘 하던대로 부엌에서 혼자 밥차리고
늘 하던대로 제 밥은 없이
언제 또 반찬 좀 더 내와라 시키실지 몰라서
부엌이랑 식탁만 왔다갔다했죠
저랑 눈이 마주친 조카가 그러더라구요
작은엄마 식사 안 하세요? 아 혹시
저 때문에 자리가 없어서 그러시죠?
죄송해요.
제가 의자 가져올테니까 여기 앉으세요.
그말을 듣는데 한대 얻어맞은거 마냥
멍해지더라구요
조카애가 의자 가지러 방에 들어가려는데
시어머니가 됐다고 너 앉으라고
얘(저)는 이따 먹으면 된다고 말리니까
조카애는 무슨소리냐고
식탁도 넓고 가족들끼리 다같이 먹는거지
왜 한사람이 안먹고 기다리는거냐구요….
시어머니가 눈치 주는것도
신경안쓰일 정도로 멍하게 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하다가
또 당연하게 혼자 치우려니까
조카가 옆에서 열심히 거들어줬습니다….
밥먹고 맛있게 잘먹었다고
인사도 하구요….
어찌보면 당연한 예의고 배려겠죠.
하지만 근 8년간 어디하나 기댈곳없이
사람취급 못받고 산 저한텐
너무 충격적이고 고마운 말이었어요…
이제껏 이런 기본적인 인사도 못받고
산 제 인생이 너무 가엾고 화가 나더라구요.
그제서야 이따위로밖에 못 산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울화가 치밀어서
혼자 엉엉 울었네요…
이제껏 쌓여왔던게 한번에 터진 느낌이에요.
이제 절 위해서라도 이집에 더 못있겠어요…
엄마 된 입장으로 이러면 안되지만
시댁 사람들 꼭 빼닮은 아들한테
정도없고 보고싶지도 않을거같아요.
다만 친정도, 친한 친구도,
돈도 없는 제가 어떻게 이혼을 할수있을지
막막하네요…
꼭 조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