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초에도 시어머니가 저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면
전 언제나 “왜요?” 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러다 지난 주말에
결국 어머님이 일을 크게 벌임
주말에 쉬고 있었는데, 본인 여고 동창들이랑
커피 먹고 있으니 나보고 오라고 해서 갔더니
딱 봐도 내 기 꺾겠다고 불러다 놓고
후려치려는 눈빛들이 보임
들어가자마자 아들이 잘생겨서
와이프도 엄청 예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수수하네 하길래
아, 예 감사합니다 하고 웃으면서 앉았음
그리고 나보곤 무슨 일 하냐고 물어봐서
그냥 회사 잘~ 다닌다고 했더니
많이 버냐고 물어봄
정확히 “벌이는 웬만하고?
요즘 젊은 여자들 일욕심만 많아서
집에서 살림하는 게 더 나을대도 많던데”
라고 물어봄
이미 이때부터 내 머릿속엔
그래 어디 한번 미친ㄴ처럼
칼춤 한번 춰보자 라는 생각이 지배함
돈 많이 버냐는 질문에 나는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네. 라고 딱 한마디함.
사실 웬만하진 않음.
그냥 남들 만치 범. 30대 초반이고
세후 260이고 여기에 수당, 성과급 나옴.
신랑 달에 수당 다 합쳐서
한 310만원 정도 버는 것 같음.
나보다 4살 많음.
내가 야근 많은 달에 성과급 합치면
신랑보다 벌어오는 돈이 더 많은 달도 간간히 있음.
나의 외마디 대답에 질문자 아줌마 당황함.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고,
너희 엄마가 손주를 얼마나 기다리시겠냐고 함.
그래서 “저희 엄마를 아세요?” 라고 함.
겁나 해맑게. 빙썅이 뭔지 보여주마 싶었음.
시어머니는 시어머니지 내 엄마가 아님.
아버지가 나 결혼하고 2년 있다가
안암에서 전이되어 돌아가셨음.
그날도 내가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친구들한테
우리아빠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말을 했었는지,
어떤 아줌마가 며느리도 친정아빠 닮아
눈이 약한가보다 하면서 아이 낳으면
그쪽으로는 조심해야겠네. 라고 함.
이땐 정말 빡쳤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암유전자를 물려줄 집안으로
우리 친정을 말하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병환을
내 약점 삼는 것 같아서 아주 기분이 더러웠음.
그래서 “어머님, 친구분들에게 별 얘길 다하셨네요.”
라고 했음. 어머님 똑바로 쳐다보면서.
우리 아빠 소방관이셨음.
소방관 적어도 10년이상 하면
몸 성한 사람 한명도 없음.
기관지는 골초보다 더 엉망이고 그게 아니면
뼈에 철심 하나씩은 다 박혀 있음.
그런거 다 훈장으로 생각하시고
오늘도 살아있음에 늘 감사하는 아버지셨음.
교육관으로 말년 보내시다 은퇴하시고
그냥 노안이라 치부하던 눈 검사 받으니
암이 이미 많이 발전된 상태였음.
아마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시다 보니
유독물질도 많이 접하고,
고온의 열기도 견뎌야하니
눈이 많이 상한 듯하다고 했음 의사가.
아버지가 소방관이셨어요.
눈에 유해한 환경에서 일을 많이 하시다 보니 그
런 몹쓸병에 걸리셨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제가 왜 여기서
이 이야기를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더 이상 거기 앉아 있을 수 없었음.
앉은지 10분도 안돼서 이런 모멸감을 겪어야 했으니.
그래서 시어머니한테 단도직입적으로
어머니 저 왜 부르셨어요? 라고 함 그러자
왜는 무슨 왜야.
시어머니 동창들한테 인사나 하라고…
아.. 네. 그러면 저 이제 일어나도 되죠?
지금 장봐서 집에 가야 저녁 준비를 할 거 같아서.
좀만 더 있다가. 방금 왔잖아.
그래서 “불편해요.”라고 함.
이미 뚜껑열리기 직전이었음.
그러자 아까 애타령하던 아줌마가
어른들 앞에서 그렇게 불편한 티 내는거
아니라고 함.
그래서 “왜요?” 라고 함.
어이없다는 듯이 허!허! 거림.
불편하게 만들 말만 하시면서
불편한티 내지 말라고 하시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함.
아마 어머님 말씀만 들으셔서
저를 세상 가장 싸가지 없는
며느리로 알고 계셨을테니
단체로 한번 혼내 보시겠다고 부르신것도 있을거고,
진짜 싸가지 없는건지 확인해보실라고
부르신것도 있을 것 같다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를 혼내기로 부르셨다면 실패하셨고,
싸가지 없는건지 확인하시려고 부르셨다면
성공하셨다고. 하고 일어났습니다.
시어머니 저 쫓아 나와서
볼기짝 올려 붙이시겠다고 헛손질 하시는거
피하고 그냥 피식 한번 웃고
제 가던 길 그대~~로 가서 친정 왔어요.
신랑한테는 오늘 있었던 일 톡으로 다 남겨 놓고
너네 엄마 나한테 제대로 사과 안하면
이혼인줄 알라고 해놨구요.
어제 오늘 신랑 전화 계속 오는데
전화 안받고 사과하신대? 이 톡만 보내고 있어요.
전화 오면 끊고. 사과하신대?
톡 오면 내용 다 상관없이 사과하신대?
아직 시집 안간 제 동생은 저 왜 친정왔는지 알구요…
엄마한테는 그냥 오고 싶어 왔다고는 하는데
이틀이나 있었더니
더 이상 아무 말 안하기도 힘드네요.
맨몸으로 와서 동생 옷 빌려 입고
출근까지 하고 있는데…
엄마도 뭔가 눈치는 채신 듯 하나
제가 말할때까지 기다려주시는 듯 합니다.
저 진짜 사과 받고 싶어요.
신랑도 그동안 지 엄마 같잖은 소리 할때마다
화도 내고 안보고 산다고 협박도 해보고 했어요.
그러면 잠시 잠잠하다가
저한테 따로 전화해서 저런 일 벌이는게
벌써 3년쨉니다.
신랑은 이혼만은 안된다.
엄마는 너한테 사과시키겠다
꼭. 그래도 전화는 받아달라. 하고 있는데…
사과 받고 정말 시댁하고는 인연 끊고 싶습니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만 방법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