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여자입니다.
대학원과 회사를 병행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어요.
(이 부분은 뒤에 나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A,B,C,D 네명이 있어요.
저 포함 5명 무리예요.
그중에 A는 26살에 일찍 결혼을 했고
다음으로 제가 29살에 식을 올렸어요.
제가 결혼할 때
A~D 모두에게 축의금을
안 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그냥 그저 파티(?)처럼 친구들 초대해서
식사 대접할 날이 인생에 몇 번이나 있을까
싶어서요.
저 하나 축하하겠다고
시간 내서 오는 거기도 하고요.
그런데
A가 결혼할 때 제가 77만원을
축의금으로 줬는데,
A는 자기까지 안 주는 게
넘 염치 없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빈손으론 못 간다며 저한테 100만원을 줬어요.
(사회 초년생일 때 77만원이 얼마나 컸겠냐며
축의금을 더 많이 했어요)
B,C는 둘이 합쳐서 에어컨을 선물로 주더라구요.
저희가 식을 10월에 올리고 같은 시기에
신혼집 입주여서 에어컨이 당장 급하지 않았었고,
또 저희 언니가 에어컨을 해주겠다고 해서
집에 없었거든요.
친구들에게 에어컨을 받고
언니는 아이 생기면 더 좋은 거 해주겠다며
넘어갔어요.
D한테서는 축의금이나 선물이 없었어요.
이에 대해 불만이랄 것도 없었고
그냥 아무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었고,
그 마음이 진심이었으니까요.
신혼 여행가서 간단하게 친구들 선물을 사왔는데
그때도 D의 것까지 똑같이 사왔어요.
(다만 A는 제게 축의금을 더 많이 넣어서
이후에 식사를 한 번 더 샀습니다)
그러다 작년, 저희 부부에게 기다리던
아이가 생겼었어요.
언니한테서 에어컨 대신 식기세척기도
선물 받았구요.
친구들이 첫 조카라며 저보다 더 들떠서
출산 용품이나 아이 물건들 알아보고
혹시 이거 안 필요하냐,
저거 갖고 싶지 않냐며
또 많은 선물을 해줬습니다.
이때도 D에게서 받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어요.
축하 인사도 받았었구요.
그저 태어날 아이를 기대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만…
오토바이와 부딪치는 사고로 유산을 했습니다.
그뒤로 저는 대학원을 휴학하고,
회사는 잠깐의 휴직 이후
남편 및 가족들과 상의하여 아예 퇴사하고
지금까지 쉬고 있습니다.
마음이 쉬이 정리가 되질 않아서요.
이런 와중에 지난 달 D가 혼전임신으로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양가 모두의 반대가 심해서
다른 지원 없이 시작하게 됐고,
코로나를 이유로 식은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만 했습니다.
혼인신고를 하는 날에 제가 30만원을
식은 올리지 않지만
축의 명목으로 보내줬습니다.
일을 오래 쉬다보니 여유가 크진 않았고
마음만 표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보냈어요.
이후 D에게 신혼 생활은 좀 어떠냐고,
임신 중인데 몸은 잘 챙기고 있냐고
카톡이나 전화를 넣어도 피하더라구요.
그러던 중 최근에 다같이 모여서
가장 먼저 결혼했다던
A네 집에서 식사를 했고,
거기서도 D가 은근히 저를 피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일부러 집에 돌아가는 길에
D를 제가 태워주겠다고 하여 물어봤어요.
“요즘 연락이 잘 안되는 것 같다,
몸이 많이 힘드냐”
물었더니 사실 저한테 서운한 맘이 있다더라구요.
이유는 제가 축의를 적게 해서요… 하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자기 남편이랑
어렵게 시작한 거 아니까
솔직히 축의 명목으로 많이 도와줄 줄 알았고
그 돈들은 비상금으로 모아두려고 했대요.
그런데 30만원 보고
좀 충격 먹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래는 이후 차에서 한 대화입니다.
(기억한 대로 쓴 거라 순서가 다르거나
내용이 빠졌을 수도 있어요.)
나 : 내가 많이 못 도와준 건 미안하다,
그런데 나도 일을 쉬고 있어서 여유롭지가
못하다, 그건 알지 않냐…
D : 일을 쉬어도 그 전에 네 벌이가 괜찮았고,
너네 남편도 소득이 좋지 않냐.
나 : 그렇다 해도 매달 나가는 적금이며 보험이며
대출금, 생활비 등등은 똑같은데
벌이가 줄어서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 빚을 진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걸 해명해야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D : 그래, 빚진 건 아니니 네 말이 맞다.
그런데 A가 결혼할 때도
너 회사 다닌 지 얼마 안됐을 때라 돈 없었는데
그 때 A한테 축의금 많이 냈잖아.
이건 친구끼리 차별하는 게 아니냐.
나 : 그때는 내가 부모님이랑 살 때니까
나 하나 용돈 줄이면 될 일이었지만,
지금은 내 가정을 이루고 있고
남편 돈으로 생활중인데
어떻게 함부로 지출을 늘리냐.
그리고 A는 나한테 축의금 더 많이 해줬다.
참 구차하지만 넌 나한테
어떤 것도 해준게 없는데
진짜 차별이 없으려면
너야말로 30만원 돌려줘라.
D : 넌 축의금 너가 안 받겠다고 했다,
그래놓고 축의 해준 애들만 챙기려는 게
눈에 뻔하다. 난 그게 치사한거다.
지금도 다시 축의금 돌려달라는 게 웃기지 않냐.
이런 말을 끝으로 저는 어떤 대화로도
상황을 회복할 수 없음을 알았고,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말을 끊었어요.
그러자 D가 훌쩍이더니 같이 있어봤자
좋을 게 없다며 차에서 내려달라고 해서
길가에 내려줬어요.
D가 당장 너무 미웠지만 그래도 임산부라
일부러 근처 택시 많은 곳에 세워줬구요.
그런데 다음 날 저녁 D남편이 전화로 욕
을 하더라구요.
“아직 날이 한참 추운데 임산부를 길거리에
세워두면 어쩌냐,
우리 와이프 감기 심하게 걸렸다,
어떻게 책임질거냐, 그
렇게 임산부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니
애 떨어진 거 아니냐”
하며 와다다 쏘아붙이는데
저희 남편이 옆에서 듣고
“댁네 와이프 걱정 되면
그쪽이 차로 태워갈 것이지
왜 우리 와이프를 기사노릇 시키려 드냐,
그리고 남의 애 유산한 아픈 얘기를
왜 당신 저급한 입에 담냐,
그쪽들처럼 동냥하는 부부 처음본다.
축의에, 운전 기사에 가지가지 한다,
돈 빌어먹고 싶으면 나가서 대리라도 뛰어라”
하며 전화를 끊었어요.
제가 축의금 얘기로 친구랑 말다툼한 걸
다 얘기해줬었거든요.
듣고 남편이 너무 극혐했어요.
아무리 시작이 궁핍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친구를 몰아가냐면서요.
30분쯤 뒤 다시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남편이 확 거절하더라구요.
D랑은 서서히 멀어지겠죠.
그 애 한테
니가 차에서 내려달라며? 축의금 적게 했다고,
받을 돈 받아야 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게 옳니?
내 유산 얘기가 왜 몇번 본 적도 없는
니네 남편 입에서 나와?
등등..
따지고 싶은 말도 많고
그 30만원이 정말 아깝지만
그냥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서
D에게 더 연락은 안할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에겐 말해야겠죠.
이 글 그대로 보여주면 되려나요.
그냥 오랜 친구인데 이렇게 되는 게 답답하고
동시에 화도 나는 마음에 하소연 해봅니다

***
친구들한테 말했습니다.
거창한 후기랄 것까진 없어요.
댓글부탁해 채널에 올리긴 했지만
그래도 댓글이 이렇게까지
많이 달릴 줄은 몰랐고,
그냥 새벽 시간 푸념으로 묻힐 거라
생각했던 글에
관심이 많아져서 약간의… 뭐랄까요
의무감(?)이 담긴 후기와 후술 정도입니다.
우선 저희 집은 특별히 아주 유복하지 않습니다.
30대가 되었지만 축의금 한 번에
77만원씩 쓰는 것은
지금도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오히려 당시에 26살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 친구 축의금 내려고 한달에 생활비 용돈
20만원씩 줄여 4달을 바짝 모았습니다.
제가 어릴 때 첫 친구 결혼식이라
정말 많이 들떠있었고,
부모님이랑 같이 살 때라 가능했어요.
그리고 절대 모두에게 그러지 않습니다.
D와의 일에 대해서는,
오늘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친구 A~C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B는 개인 사정으로 미국에 잠깐 가있어서
아직 카톡을 보지는 않은 상황입니다만
A와 C에게서는 D의 태도가 약간 삐딱한 게
느껴졌었다,
유산 얘기는 그 부부 둘이서 너를 평소에
어떻게 씹었길래 그 순간 애 떨어졌다는 말이
쉽게 나와버리냐,
도를 지나쳤다 정도의 얘기가 오갔습니다.
A는 축의 명목으로 D에게
10만원을 보냈다고 합니다.
D가 A에게 축의금으로 10만원을 해서
그대로 줬다고요.
축의금 받은 날 “고마워~ㅎ” 라고
카톡 하나 왔다고 합니다.
그 뒤로 특별한 연락은 안했다고 하네요.
제가 단톡 모두에게 축의 얼마 했는지
직접 물어보고 들은 게 아니라서
C는 얼마 했는지 모릅니다.
또 A, C말로는 D가 남편을 만난 이후로
태도가 조금 쎄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당시 제가 유산으로 힘들 때라
굳이 저한테 말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뭔지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보셨을런지 모르겠지만
제가 댓글에 30만원을 받지 않겠다고
달았습니다.
받을 마음 없습니다.
글 마지막에 30만원이 아깝다고 썼지만,
액수에 대한 아까움보다는 호의로 전한 돈이
오히려 독이 된듯한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서였어요.
지금은 D에게 어떠한 연락도
먼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D가 이전에 돈과 관련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고
그냥 A~C와 다를 것 없이 좋은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상처 주는 대화는
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얼굴 안보며 살다 서서히 멀어지는 것도
지금 제 상황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애 떨어졌다는 말을 한 D의 남편에게선
무조건 사과를 받아내고 싶습니다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연락이 불편한 마음이 커서 그런지…
좋은 생각 있으시면 조언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