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하다가 쓰는거라 두서없어도 이해해줘
아빠 나 태어나기전에 돌아가시고
엄마혼자 누나랑 나랑 기르셨어
식당일 하루에 12시간씩 주말도 없이 일하시다가
결국 엄마도 일찍 돌아가시고
누나 고등학교 자퇴하고 나 뒷바라지했어
그래서 나는 손가락 물집 터지도록 공부했어
아직도 손가락에 굳은살
엄청 튀어나와 있을 정도로
학창시절에 미친 놈처럼 공부했어
중학교 때 영재학교 가고 서울대 가고
또 감사하게도 삼성에서 지원받아서
미국에서 박사까지 마치고
박사 포닥 월급은 한푼도 안쓰고
누나한테 다 줬어
모은 돈은 개코도 없어도
내가 좋아하는 물리 전공한다는게 좋았고
교수가 된다는 꿈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어
여친한테도 삼성에서 의무 근무기간
끝나고나면 교수 임용 도전할거라고 했는데
오늘 여친 부모님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노인네가 기분 나쁜일이 있었는지
계속 누나를 걸고 넘어지는거야 ㅅ발
자세한건 쓰고싶지도 않고
그따위로 말하지 말라고 싸우는데
여친이 본인 부모님 편 들면서
언제까지 누나 모실거냐고 지랄하길래
나는 내가 굶어뒤져도
누나한테 내 전재산 다 줄 수 있다고 하니까
그럼 결혼은 못하겠다고 하길래
알겠다고 하고 왔어
기분 더럽네 진짜 뭐 쪽팔려서
어디 할 이야기도 아니고 해서
여기다가 배설해봤어
다들 좋은일만 가득하길 바래
좋은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신세한탄 글이었는데
응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께서 궁금해하시던
전말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여친이 처음에 결혼하자는 말 꺼낼 때부터
네가 부모를 모시듯 나는 누나를 모셔야한다고
미리 말을 했었고
여친도 본인 부모를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동의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특히 어제는 유독 심하게
상대 어머님이 누나에게
“동생 다 길렀으면 놓아줘야지 민폐다”
“아무리 동생 뒷 바라지 했어도
그 나이 될때까지 너무 무능하다” 등등
지속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했었고
이에 화가나서 다투고 나왔습니다.
여친 아버님이 제 은사님이신데
평소에 저를 남자로서 존경한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제게 잘 해주시고
어머님이 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할때면
본인이 나서서 제지시켜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아버님이 없는 자리에서는
공공연하게 비하하는 표현을 했었던 것을
지금 생각해보니 애초에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소식을 들은 아버님께서 전화가 오셨고
본인이 가정을 잘못 관리해서
네게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며
사과하셔서 저도 사과하고
결혼은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끝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을 하시는데
저는 살면서 단 한번도 내가 해야할 일에
마주해 외면하거나 합리화해본 적 없습니다
결혼했으면 일을 두개를 하든 세개를 하든
가정도 챙기면서 누나도 챙겼을 것이구요
힘든건 워낙 익숙하니까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는 안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했을것입니다.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들 식사 맛있게 하시고 안녕 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