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청각장애를 가진
할아버지가 나를 찾아왔다.
자신이 암에 걸렸는데
가족도, 친척도 없는 탓에
대학병원에서는 귀가 들리지 않는 자신을
진료해 주지 않는다고 거절 당했다며 호소했다
상담 당시에도 글로 써가며
어렵게 소통을 했고
부탁할 곳은 여기 뿐이라며
도움을 간곡히 청했다.
그저 외면할 수가 없어 두팔 걷어붙이고
나는 1년간 할아버지에게 필요했던
모든 검사, 입원, 수술, 의사면담까지
도맡아 하며 할아버지의 눈과 귀와
손발이 되어주었다.
할수 있는건 모두 다 했지만
고령의 할아버지가 암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결국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나에게 편지 한장과 함께
잘익은 복숭아 한박스를 주고 가셨다
편지의 잉크가 바래져가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도 친척도 없어 무연고 장례를 치뤘고
나는 차마 그곳을 가지 못했다.
더운 여름 사람많은 대학병원에서
두시간 세시간씩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돌아다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난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고
앞으로 비슷한 일이 또 생기더라도
난 주저하지 않을 것 같다.

편지 내용
선생님.
오늘도 더위에 행정 업무에
종사하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항시 따뜻한 마음으로 어뒤에
저를 도와주신 선생님께 큰 보답도
해드리지 못하였읍니다
선생님의 배려에 감사하고
항시 잊지 않고 있겠읍니다
선생님의 배려에 비하면 이 작은
선물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리 이해주시고 저의 배려로 보내오니
여러 직원들과 같이 맛있게 또
즐거운 마음으로 모두 행복,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