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좀 찾아 달라는 망우리에서 오신 할머니

제가 고3 때 다니던 독서실에는

새벽 1시가 막차인 봉고차를 운행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공부가 잘 되어서

한 시간 정도 쉴 겸

혼자 봉고차 맨 뒷자리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누군가 봉고차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어떤 할머니께서 봉고차 안에 있는

저를 보더니 “학생, 여기 어디야?” 라며

할머니가 종이쪽지를 보여주시는 거였습니다

종이쪽지엔 “1동 807호”라고 쓰여 있었는데

봉고차가 세워진 곳 바로 옆동이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한테 바로 올라가시면 된다 했더니

할머니가 갑자기 제 손목을 꽉 잡으면서

“그러지 말고 데려다 줘…” 말하시길래

혹시 인ㅅ매매인가 싶어 무서워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할머니가 제 손목을 너무 꽉 잡으셨고

무엇보다 눈이 너무 선해보였습니다

할머니가 도움을 요청하시는데

친할머니 생각나서 무시할 수도 없었어요

시계를 보니 12시 30분

아직 출발까지 시간은 있었습니다.

“네 할머니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따라 오세요”

좋은 일 하는 셈치고 같이 올라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할머니가 중얼거리듯이 말씀하셨습니다.

“택시비가 너무 많이 나왔어.

택시비가 너무 많이 나왔어”

“얼마나 나왔는데요?”

“3만원”

“와……. 많이 나왔네요. 어디서 오셨어요?”

“망우리에서 왔는데 택시비가 많이 나왔어”

당시 목동에 살고 있었는데,

택시를 장거리로 타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8층에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갑자기

제 손목 을 꼭 잡으시는 거였어요.

“발소리 내지마…….”

“네?”

“발소리 내지마.”

속으로 이상한 할머니라고 생각했지만

8층까지 일단 올라왔으니

집까지 모셔다 드리려고 807호를 봤습니다.

복도식 아파트 였는데

807호 문이 반쯤 열려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 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할머니 들어가시는 거 보고 갈게요.”

“그냥 가. 어서. 발소리 내지 말고…….”

할머니 말이 이상했지만,

봉고차 출발시간도 다가와서

엘리베이터로 향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가 제대로 가셨는지

걱정되어 바로 뒤돌아보았 는데,

할머니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807호까지 꽤 거리가 있었는데,

불과 2,3초만에

제가 뒤를 돌아본 사이에 사라지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발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소름이 돋아 서둘러 봉고차로 향했습니다.

집에 가면서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새벽 1시 늦은 시간에

그 먼데서 할머니가 오시는데,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상했습니다.

할머니가 오신 곳도 망우리였고,

사람들이 늦게까지 모여 있고,

문이 열려있었다.

아무래도 전 제삿날에

할머니의 영혼을 모셔다드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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