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성격차이 때문에 갈라섰는데
이혼하고나서 우리 딸이 생긴걸 알았고
혼자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어요
전남편한테는 그래도
알려주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양육비 필요없으니 그냥 알고만 있으라는
뉘앙스로 말했는데
전남편이 생각보다 덤덤하게
너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양뷱비 알아보겠다고 나오더라고요
친권양육권 안 바라니
아이가 자신이 생부인거는
알게끔 해달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어요
근데 임신기간동안 전남편이 저한테 연락와서는
우리 서로 부모님도 안 계시는데
(저희 결혼전에 각자 부모님 돌아가셨어요)
임신기간 동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며
임산부에게 필요한 영양제나 먹고싶다는거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사다줬고
병원검진마다 같이 갔고
아기 용품도 절반은 전남편이 댔어요.
만삭때 출산교실도 따라왔고
아기낳을때도 옆에 있어주고
조리원도 전남편이 다 해줬고요.
아기낳고나서도 저 몸조리하라고
본인이 휴가내고 본인 집에서
우리딸 대신 봐주다가
제가 아기 보고싶다니까
한동안은 저희집에 들어오기도 했어요.
1년넘은 기간 동안 식은 줄 알았던 감정이
딸 핑계로 연락도 자주하고
만남도 자주 갖자 다시 피어올랐고,
지금은 저희 집에서 거의 살다시피합니다.
솔직히 전남편이 자기 본가로 가면
괜히 아쉽고 슬프고 먹먹해요.
임신과 출산과 육아가 솔직히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아이를 낳는 것 보다
아이의 부모로서의 태도를 갖는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 때 제 옆을 지켜준 사람이 전남편입니다.
저렇게 좋은 사람이었지,
저래서 결혼했었지 싶고
전남편도 같은생각이라
저한테 재결합을 말했는데,
이상하게 그건 또 망설여지더라고요.
헤어지기 직전 막판에 저희 엄청 싸우고
또 싸우고 지치기를 반복했었는데
합치게된다면 애앞에서 그럴까봐 무섭습니다.
저 혼자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는데
전남편과 사랑하는건 좋고
아이에게도 저런 아빠가 있어 다행이다
싶다가도 또 부부로 살기에는 자신없어요.
연인과 애아빠로서는 좋은 사람이지만
반려자로서는 아니었거든요.
그건 전남편에게 있어서
저 역시 마찬가지일거예요.
전 전남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전남편은 전남편대로
저를 있는 그대로 보기 힘들어했어요.
그치만 저 사람이 다른 상대와
재혼한다 생각하면 그건 그거대로 슬플거같아요.
눈 딱 감고 아이 부모로서 같이 살아볼지,
아니면 감정을 정리해야할지
너무 헷갈리네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