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어렵고 대학교 다닐 돈도 필요해서
돈 벌려고 중소기업 생산직에 들어갔음
그냥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갔더니
일은 드럽게 빡세고 한국인이 거의 없는 거야
99퍼센트가 외노자고 그나마 있는 한국 사람도
직급 높아서 관리만 하는 사람이여서
나는 거들떠도 안 봄…
오히려 내가 일하는 거 힘들어 하니까
외국인들도 하는 걸 젊은 애가 못한다고
겁나 꼽주더라…
외국인들은 여러 나라 사람들 있다보니까
자기네들 나라 애들끼리 똘똘 뭉쳐서
나는 뭐 어디 끼지도 못하고
밥도 혼자 먹고 일도 좀 외롭게 했음
나한테 뭐 시킬 때는 간단한 한국어 단어로
말해서 시키지만
일하면서 자기네들 나라 언어로만 대화를 하니
나는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 더라
아무튼 내가 일은 힘들고 외롭고 해서
적응을 잘 못하고 있을 때
러시아인 빡빡이 형님이 나 혼자다닌다고
유독 잘 챙겨줬었다…
매일 같이 일 할만해? 괜찮아? 물어봐주고
내가 어리버리 까고 있으면
잘 하지도 못하는 한국어로 알려주면서 도와주고
틈 날 때 간식 하나씩 챙겨줬었음ㅋㅋㅋ
그 형님 때문에 등록금 모을 때까지 겨우 버티고
오늘 마지막으로 일하는 날이였는데
왠지 이 형님한테는 그만둔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나 오늘 그만두고 공부하러 간다니까
조금 후에 핸드폰 들고 오더니
번역기 키고 하는 말이
“넌 뭘하든 잘 될거다 응원한다 힘내라”
하면서 웨하스 주더라…
아버지가 나 버리고 도망 간 뒤로
누구한테 이런 말 들어본 적 없어서
그 자리에서 울면서 고맙다고 질질짰다…
나 토닥여 주면서 괜찮아 괜찮아 하는데
진짜 유라 형님 건강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