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초반 예신이고요
예랑이는 30대 중반입니다
둘다 집은 서울인데
예랑이가 직장 때문에
천안에서 혼자 살고 있어요
친구 소개로 만났고 1년 정도 교제하고
자연스레 고백받고 결혼하게 되었어요
5월에 결혼날짜를 잡고
집은 예랑이가 천안에 살고있는 집에
가구도 혼자써서 있는 거 쓰다가
더 큰 집으로 옮길 때
바꾸자는 식으로 얘기하기에
우선 제가 한 번 내려가서 보겠다고 했어요
며칠 후, 예랑이가 혼자 산다는
천안집에 친구 몇 명을 데리고 같이 갔어요
집에 딱 들어갔는데 뭔가 찜찜한 게, 가구들이
너무 풀셋트로 갖춰져 있는겁니다.
화장대도 있고, 싱크대쪽에 보니까
커플컵 같은것도 있어서 물어보니
가구는 가구집에서 이것저것 끼워서
싸게 해준다고 해서 산거고, 컵 같은거는 친구들도
집에 놀러오니 그냥 구색을 맞춰서 사놓은 거랍니다.
추가해야할 물품들을 체크하고
서울로 오는데 친구들도 그렇고
저도 너무 찜찜한겁니다.
뭔가 지나치게 다 준비가 되어진 모습에 의아했지요.
그래서 그 다음주에 일 끝나고 만났을때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친구들도 그러고 나도 좀 뭔가 이상했다,
가구가 그렇게 다 갖춰질 수가 있는지?
혹시 동거했던거 아냐? 아님, 결혼준비를 했던지?
이러고 농담처럼 물으니
갑자기 정색을 하고,
사실 제가 모르길 바랬는데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면서.
6년 정도 전에 결혼준비를 했었답니다.
친구 소개로 만났던 여자인데
집에서 빨리 결혼하라고 떠밀어서
1년 정도 만나고 급하게 준비를 했던 상황이었는데
그 여자가 친구, 술, 담배 이런것도 하고
사생활이 좀 바람직하지는 않았었다고.
그래서 그런모습 고칠 수 있는지 물었더니
못고친다고 하여 상견례까지 마치고
혼수 준비까지 다 했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정말 흔녀이고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런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하는 마음이었고
이게 대체 무슨일이지, 싶기도 하고.
바람이 난것도 아닌데 뭘, 하고
얼른 주워담으려는 마음이 생겼다가.
내가 눈으로 확인한거는 아니니까
정말 동거라도 했는지도 모를일인데,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예랑이는 계속 저를 설득하려고 좋은쪽으로
생각하자고 지금 자기한테는
저뿐이라며 달래주었지만
저는 계속 울기만 하고, 맘 속에 맴돌던 말들을
다 뱉어내지도 못하고 울면서 집에 왔습니다.
카톡으로 배신감 느낀다,
오빠네 가족들은 내가 얼마나 우스웠겠냐는 식의
메시지만 남겼네요.
예랑이는 계속 잘 생각해보자,
나도 아픈 상처였다. 너랑 행복하고 싶다, 이러고.
지금까지 아무말도 없다가
제가 추궁해서 물으니 이제서야
그런얘기 꺼낸 예랑이가 너무 밉고,
이미 청첩장까지 돌린 마당이고,
삼분의 이 정도 결혼 준비가 진행된 상황이라서
결혼을 엎을 수도 없는 지경인데 정말 답답합니다.
그냥 이대로 덮고 가는게 맞는걸까요?
그 사람한테도 상처였을거라고 생각하며
우선은 계속 결혼 준비를 이어가고는 있는데
처음마음 같지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