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6개월 된 임산부입니다
친구 아버지께서
지병으로 며칠전에 돌아가셨어요
병이 발견 될 당시가 위암 말기여서
사실상 시한부 환자셨죠
친구랑 저는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만났고
지금까지 쭉 인연을 맺고있는 베프입니다
워낙 내성적이어서 친구가 한명도 없던 저에게
항상 말을 걸로 끈길지게 붙어서
결국 10년지기가 된 친구입니다
그 친구 아버지는 저희 수능 끝나자마자
제주도에 콘도 예약해주시고
비행기 잡아주시면서 놀러가라고 하셨던 분이세요
사흘전 친구 아버님의 장례소식을 들었을 때
윗옷들고 바로 뛰쳐나가려고 했습니다
제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준 친구의 아버지니까요
근데 남편이 절대 가면 안 된다면서 하는 말이
임신한 몸으로 장례식 가면 안 되는 거 모르냐고
임신때 장례식장 가는거
좋지만은 않다는거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미신에 발 묶일수 없다고 생각해서
가야한다고 남편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정말 소중한 친구의 부친상이라고요.
남편은 계속 안된다고 합니다.
제 뱃속에 있는 애는 제 애만이 아니라
자기 애도 맞다고요.
가려면 떼놓고 가래요.
만약 가서 뭔일이라도 애한테 생기면
니가 어떻게 책임질거녜요.
이소리를 들으니 참 어이가 없더군요…
제 자신을 아기집이라고 밖에
생각하지않는거같아서요.
무시하고 가려했더니
손목을 꽉 잡고 놔주지 않았습니다.
담날까지 손목에 붉은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요.
그러곤 시부모님들께 연락했습니다.
30분정도 있으니까 시부모님께서 오시더군요.
사실 시부모님께서 오신 다음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취급받는다는게 짜증나서
울고불고 했다는것만 생각나네요.
그 사이에 남편이 제 폰으로
상 중인 친구한테 전화한것 같아요.
자기가 뭐라뭐라 전화하고는
제폰을 저한테 넘겨주면서
친구가 저 바꿔달라고 했다면서요.
친구가 그러더랍니다.
안와도 된다고. 안와도 자기는 안서운하다고.
우리 아빠도 너 안오더래도
니가 슬퍼할거 다 아실거라고..
상 끝나고 나 맘 추스리고 너 출산하면
그때 제주도 갔던거 생각하면서
여행한번 가자고..
그때 얘기하고 지금은 너 몸하나만 생각하라고.
근 10분간 통화했는데
저는 너무 미안해서 계속 울면서
미안해 미안해밖에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남편하고는 냉전입니다..
아니 생까고있습니다.
밥먹자는 소리도 무시하고
남편 밥 다먹고 그때 혼자 나와서 대충 챙겨먹고.
잠자리도 그냥 혼자 이불들고 거실나와서 잡니다.
그러니까 남편이 저한테 소리칩니다.
지금 뭐하냐고 자기한테 시위하냐면서요.
솔직히 할말도 없고 말하고싶지도 않아서
그 말조차 무시했네요..
그냥 이 글 남편한테 카톡으로 보내주려고요..
착잡하다는 말보다는 공기가 짓누른다는 느낌일까요.
친구와의 추억이 자꾸 떠올라서 죄책감이 들어서일까요..
많은 댓글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