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차
30초반 동갑 맞벌이 부부입니다
저희는 매일 반찬 해서 배달해주는
소규모 업체에서 배달해서 먹고 있어요
이제 4개월 정도 되었구요
주3회 받고 있는데 한달에 11만 6천원인데
지금 2주째 반찬 배달 문제때문에
남편이랑 냉전상태입니다
2주전에 가계부 쓰는데 옆에 앉아서 구경하더니
반찬 배달 왜이리 비싸냐고
이런걸 왜 시켜먹고 있냐는거예요
어이가 없었던게 처음 반찬 주문해서
먹자고 이야기 했을때 직접 전화해서
계약 한건 신랑이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돈이 남아 도냐며 화를 내더니 차라리
시어머니한테 반찬 해달라고 하자네요ㅋㅋ
저희 시댁 멀어요 운전해서 4시간 거리에요
말이 안 통해서 2주 동안 말 안 하고 있어요
저도 먼저 풀어주기 싫고 말도 섞기 싫어서
그냥 놔두고 있었어요.
주말에 친구들이랑 술마시고 들어와서는
친구들 전부 니가 이상하단다.
너 제정신 아닌 것 같단다.
졸지에 난 밥도 못 얻어먹고 다니는 못난 남자됐다.
누가 들어도 니가 이상한거다 이러길래
그럼 인터넷에 글 써서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내가 잘못한거면 너에게 사과하고 내가 다 해주겠다.
니가 잘못한거면 나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토달지 마라 했더니 알았다고 하네요.
제가 정신 나간 여자 맞는건가요??
한달 12만원 반찬이 비싼거에요??
후기
점심 먹고 들어와서 네이트 열어봤더니
오늘의 톡이라니.!! 이런건 처음이에요. 하하
오늘은 컴퓨터 작성이라 좀 편합니다.ㅋㅋ
중간 후기인데도 좀 길 것 같아요 ^^;
원하시는 만큼의
사이다 같은 후기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제 퇴근하고 고민하다가
시어머니랑 통화했어요
슬쩍 남편 반찬투정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더니
시어머님이 토시 하나 안틀리고
“그 새낀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그 ㅈㄹ이여!!???”
남편은 같은 반찬 연속으로 안먹어요.
토요일 저녁에 먹은 반찬이
일요일 밥상에도 오르면 손도 안댑니다.
아들이니 집 나가서 어떻게 행돌할지 뻔히 보이니까
저렇게 말씀하신 거 같아요
그래서 솔직히 말씀 드렸어요.
반찬이랑 국이나 찌개 배달 해주는 곳이 있는데
한달에 12만원 정도고
주3회 받는데 반찬값이 엄청 줄었다.
덕분에 남편이랑 저랑 용돈 올렸다 했더니
잘했다 잘했다 .
일하면서 밥까지 하려면 그게 얼마나 일인지 아니?
이러시데요.ㅎㅎ
그러면서 말씀 하시더라구요.
시부모님 맞벌이 하셔서
남편은 모시고 살던 할머님께서 돌보셨는데
그 노인네 어찌나 극성 맞았는지
우리 집안 장손이라며
매끼니 따뜻한 밥 해서 먹이셨다고.
먹고싶다는대로
고기며 햄이며 반찬까지 바꿔가며
밥상 해다 바쳐서 할머니 돌아가신 후에
어머님은 남편때문에 맘고생 많이 하셨다구요.
밥 문제로
내 아들이지만 저걸 내 속으로 낳았나
그런 생각도 많이 하셨데요.
반찬 투정하면 밥그릇 치우라고.
말 안들으면 줘 패도 된다고 ㅋㅋㅋㅋㅋ;
오늘 남편 퇴근하면 이야기 할건데 싸움 될 것 같다 했더니
싸우면 엄마한테 전화 하라고 하시면서
잘 될거다 해주셨어요. 어찌나 힘이 되던지!
저희 시어머니 짱 좋은 분이세요.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자주 찾아뵙진 못해도
짬날때마다 찾아뵈려고 하는데
그래도 일년에 명절포함 세네번..
갈때마다 넉넉히는 못 챙겨드려도
30만원 정도씩 챙겨 드리는데
하루 이틀 있다가 다시 올라올 때
음식 가져가봤자
너희 바빠서 먹지도 못하는데 처리하기 힘들다고
올라가는 길에 경비 보태고 가서 맛있는거
사먹으라며 50만원씩 돌려주세요.
처음부터, 다르게 살아서 입맛도 다른데
가져가서 못먹음 어쩌냐고
음식 같은거 쟁여주지 않으셨어요.
아 명절음식은 좋은것만 골라서 담아주시구요.
암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남편은 어제 저녁 8시 40분경 집에 도착했고
또 역시나 말 한마디 안하더군요.
거실에 앉아서 티비만 보고 있길래,
“재밌는 글 있던데 한번 읽어볼래?”
했더니
대답도 없이 쳐다보기만 하더라구요.
노트북 가져다가 켜주고
“한번 읽어봐. 재밌더라” 했죠.
본문 글 읽다말고 절 쳐다보길래
계속 읽으라 했어요.
다 읽고 알아서 댓글 읽더라구요.
읽자마자 얼굴 빨개지기 시작하더니
표정 관리도 안되고 다 읽지도 못하고선
“야!!!!!!!!”
소리는 왜질러?
이러니 흥분해서 혀도 꼬이고 횡설수설 하면서
혼자 악을 쓰는데 대답 한마디도 안했어요.
넌 니 남편 이렇게 욕 먹이고 싶냐고
악을 악을 어찌나 쓰는지..
“니가 인터넷 올려도 된다며. 물어보라며”
이러니까 꼭 이렇게 나쁘게 써야 했냐며 ㅋㅋㅋㅋ..
가감해준게 더 많았는데 ㅡ ㅡ..
그냥 어머님께 전화 걸었어요.
폰 만지니까 이 상황에 폰을 왜 만지냐고
또 악을 쓰길래
어머님께 전화 한다 했더니 조용해지데요.
전화 스피커폰 상태로 연결 하고 어머님 전화 받자마자
“엄마!!!!!!!!”
소리 지르더니 혼자 또 막 소리질러가며
이야기 시작 하는데
어머님이 같이 소리 지르심..ㅋㅋㅋㅋㅋㅋㅋ
“시끄러!!!!!!! 뭘 잘했다고
니가 큰소리를 $%$^%$#$^^^&”
서로 소리 지르면서 욕배틀 하는데 와…..
소리가 너무 커서 스피커 소리가
찢어지게 들려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지금 뭔가 욕은 하는 것 같은데
어떤 욕인지도 모르겠고 ㅋㅋㅋ..
남편이 조용해지니까
어머님이 버럭 화내면서 소리 지르시는데
“그냥 주는대로 쳐먹어 이새끼야!!”
이 말은 확실히 들렸어요.
남편이 조용해져서.
그때부턴 어머님만 다다다다 말씀 하셨는데
못돼 쳐먹은게 할머니 빼닥 박았다는둥
00이 되도않은 시집살이 시키니까 좋냐
나도 안하는 시집살이를
왜 니가 시키냐고 언제 인간 될거냐고
내가 이런걸 내 속으로 낳아서 다시 집어넣고 싶다
어디 잡을 사람이 없어서
평생 보고 살 마누라를 잡냐고
그렇게 잡고 싶으면 와서
니네 아빠나 잡으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와중에 뒤에서
나는 왜 끼워넣냐는 아버님 목소리 들리고
못된것만 배워서 할머니 하던거 그대로 따라 한다.
40 넘어서 라면으로 끼니 때우기 싫으면
있을때 잘해라.
주옥같은 명언들 더 있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요.
어머님 혼자 10분넘게 이야기 하셨는데
어머님 말씀 하시는게 너무 감사하면서
너무 웃겨서
웃음 참느라 힘들었거든요;;
또 이런 일 생겨서 분란 만들면
내가 나서서 이혼 시키고
00이 재취?(라고 하신 것 같은데 맞는진 모르겠어요)
자리 찾아서 보낼라니까
혼자 늙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하고 전화 뚝 끊겼구요.
남편은 담배랑 차키 챙겨들고
나가버리더니 11시 넘어서 들어왔어요.
거실에서 부르길래 내가 가야하냐 했더니
방으로 들어오더라구요.
그때부턴 그냥 자기 변명 하더라구요.
니가 해준 반찬이 먹고싶었다면서
넌 나보다 일찍 퇴근 하니까 괜찮은 줄 알았다
집 앞 슈퍼에 가면 비름나물
천원 참나물 천원 이렇게 파는데
왜 그 돈 주고 시켜먹는지
이해가 안되더라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야기 해줬어요.
퇴근하고 혼자 집안일 하고 밥먹을거 하고
그런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넌 모르고
내가 그렇게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모른다고.
넌 그냥 당연하게 생각 하는 것 같다.
평일에 내가 널 생각해서 집안 일 부담하지 않는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고맙게 생각 해 줬으면 한다.
나도 쉬는 시간 필요하고
너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에서 시달리다 왔는데
집에 오는 길이 즐거운게 아니라
부업 뛰러 오는 느낌이다.
회사가 본업이고 집은 부업이고
난 쉬는 시간도 없이 투잡 하는 기분이 든다 했더니
그런 부분들 미리 헤아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데요.
엄마도 할머니도 당연하게들
다 해내서 저도 당연히 할 줄 알았데요.
어릴때부터 할머니가 집안일은 여자 몫이다.
남자가 하면 꼬추 떨어진다.
이렇게 말하면서 키워서
자기는 그게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데요.
아직 다 이해는 안되고 납득도 안되지만
내가 널 힘들게 한건 확실한 것 같고
미안하다고 그러더군요.
앞으로 생활비 관련해서 자기는 손 안대겠데요.
지금까지처럼 알아서 잘 해달라고 그러네요.
남편에게 당장 니가 엄청나게 바뀌어서
나에게 뭔가 해주는걸 바라진 않지만
조금씩 맞추면서 바꿔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연애시절에 나한테 그렇게 헌신적이였던건
본모습 들키기전에 장가 가려고 그런거였냐니까
절대 아니라면서 강한 부정을.ㅋㅋ
그러면서 인터넷에 자기 칭찬도 해달래요.
뭐가 있나 곰곰히 생각 해봤는데….
화장실 청소는 잘 해요..
일주일에 한번 해주지만……….
친정에 저대신 전화도 해주고
뭐 처제 생일 챙겨주고..
주말에 시켜야 하긴 하지만
집안일 시키면 군소리 없이 해주고
이번에 싸운거 외엔 딱히 불만은 없는 것 같아요.
너무 급 훈훈인가요 하하;
이번에 이야기 해보고 씨알도 안먹히면
이대론 못산다는 생각 까지 했었어요.
대화를 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대로
제가 혼자 먹다시피하는
그 12만원이 아까웠다는 듯한 뉘앙스도 보이지만
일단은 분통 명단에 적어만 놓으려구요.
다음에 또 이걸로 트집잡고 늘어지면
그땐 저도 장담 못할 것 같아요.
남편놈 미워서 돌아서고 싶었는데
어머님 위로 한마디 응원 한마디에 마음이 녹네요.
남편 하나 때문에 돌아서기엔
어머님 앞에 마음이 약해져요.
오늘 일찍 퇴근한다고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는데
져주는 시늉은 해야겠지요.
난 지금 너한테 꼬리 내린게 아니라 져주는거야!
그러니 잘 하라고! 라는
느낌을 주는건 어려운 것 같아요.ㅠㅠ
많은 분들이 원하시던 개사이다! 같은
후기는 아니지만.. 뭐..
나름 잘 정리 된 것 같아요.ㅎㅎ
이제 이런 일 말고
좋은 이야기로만 채워가고 싶은데
맞춰가야 할것들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은 힘들겠지요. ㅎ ㅠㅠ
추스리며 적었는데도 여기까지 작성하는데
한시간 걸렸어요 우아 ㅋㅋㅋ
함께 화내주신 분들, 저대신
맘껏 욕해주신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덕분에 남편도 뒷통수
꽝! 맞는 경험을 했을테지요.ㅎㅎ
제 울분을 함께 녹여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