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엄마는 도망가고
반지하에서 아빠랑 오빠랑 살고 있었는데
아빠는 매일 술만 마시고
밖에서는 다정한 아빠라는 이미지 만들어
동점심 얻고 저희 남매 이용해서 주위에
구걸하던 아빠였어요
제 생일이 다가오자 (전 그때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던 오빠가 그 추운 한 겨울에
겉옷 하나 없이 얇은 교복 셔츠만 입고서
6시간 동안 전단지 돌려서 받은 돈으로
케이크와 선물을 사서 집에 왔는데
아빠가 돈이 생기면 본인한테 바로 가져와야지
쓸데없는 것을 사왔다면서
돈이 남아 돌아 이딴 짓을 하냐고
벽에다 케이크 던지고
선물 상자 밟고 난치렸어요
그리고 한껏 신나게 오빠랑 저를 때리다가
아빠가 술마시러 다시 밖에 나가고
오빠가 가만히 서서 바닥에 뭉개진
케이크를 보더니 오빠가 저보고
집에 있으라고 하고는 그대로 밖에 나가더니
근처 빵집에 하나 남은 케이크를 사왔어요
사실 후에 알게된 일이지만
아주머니가 오빠가 안쓰러워 선물로 그냥 주셨다고…
오빠는 케이크를 들고 오는 길에
울다가 저한테는 우는 모습 보이기 싫어
집앞에서 추스리고 들어와 저에게 케이크를 줬어요
선물은 없지만 미리 생일축하하고
선물나중에 주겠다고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그 차가운 바닥에 앉아 소원을 비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오빠가 그날 빌었던 소원은
다음생이 있다면 똑같이 동생으로 태어나게 해주고
부디 평범한 집안에 보통의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게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오빠가 저에게 우리한테
부모는 없다고 없다고 믿고 살고
부모가 필요하면 자기가 아빠가 되어주고
엄마도 되어주고 오빠도 되어주고
동생도 되어주겠다고
걱정말고 그냥 건강 하게하게만 자라달라고
사람들이 오빠 보고 그늘진 아이라고 그랬는데
오빠는 자기가 그늘인 이유는
제가 빛이라서 그렇다고 했어요
햋빛 아래에 그늘은 존재한다고
그렇게 오빠는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 들어가며 밤 낮으로 돈을 벌었고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아
제가 고등학생이 됐을 무렵에 저를 데리고 집을 나왔어요.
보통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불행했네.. 불쌍하다… 하지만
오빠가 있기에 제 어린시절은 힘들기만했던
기억들이 아닌 좋았던 기억들이 남네요
다들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