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하자고 말하고
주말에 여자친구 부모님 댁에 인사드리러 갔음.
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 나누다가
내가 먼저 결혼 얘기를 꺼냈음.
여친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뵈었다고 인사드렸는데
아버님이 갑자기 자기가 마시던 녹차를
내 얼굴에 다 뿌려버림.
진짜 뜬금없고, 너무 뜨거워서 정신을 못 차렸음.
솔직히 내가 무슨 말실수를 했다거나
이야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이건 정말 뜬금포라서 엄청 당황했다.
녹차 뿌린 직후에 아버님이 나에게 하는 말이
여친을 사랑하냐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할 수 있냐고 물어봄.
나는 아직 당황 중이라서
“앗뜨거, 아버님 왜그러십니까” 라고 말했고
아버님은 “질문에 대답이나 해!” 이러더라.
이 부분이 중요한데 여친은 이 모든 일을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음.
내가 하도 정신없어 하고 있으니까
여친이 내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나직히 내 이름을 불렀음.
(빨리 대답하라는 뜻)
기다리던 아버님이
“이렇게 어리버리한 놈하고 결혼은 안돼!”
라고 하길래
나는 “네, 안하겠습니다” 라고 함.
그 후에 계속 엄청난 양의
메세지, 카톡, 전화가 오고 있음.
요약하면 아버님이 그 일은
그냥 해본 거였고
본심이 아니였으며,
결혼 해줬으면 한다는 게
여친과 부모님의 의견.
내 의견은 결혼 안 하겠다는 것.
마음이 식은 이유는
저 상황 내내 여친의 태연한 태도가
너무 소름돋고 인간적으로 믿을 수가
없을 거 같음.
다른 무엇보다 저런 인간과 사귀고
결혼까지 하기로 한 나에게 자괴감이 든다..